IPO 신기루 쫓는 개미군단…증거금 1억에 빅히트 고작 1주

2020-10-05 15:54
따상ㆍ따따상 후 주가 급락…공모주 상장 초반 변동성 위험
하반기 증시 입성 29개사 중 첫날 시초가 넘은 곳 9곳 뿐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데일리동방]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얻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쟁률이 올라가면서 증거금을 1억원 이상 넣어도 겨우 몇 주만 받을 수 있는데다 상장 후 주가가 오버슈팅(일시적 폭등)한 뒤 하락세를 이어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공모주 펀드 수익률도 한자릿수를 기록하는 가운데 공모주 상장 초반의 높은 변동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빅히트 청약 경쟁률 1000대 1 예상…1억원 넣어 1~4주 배정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BTS)을 보유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 기관 경쟁률은 1117대 1을 기록했으며, 개인투자자 청약 경쟁률도 1000대 1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빅히트의 경우 공모가(13만5000원)를 고려할 경우 1억원으로는 총 1481주를 청약할 수 있다. 경쟁률 1000대 1을 가정해 추산하면 결국 1.4주가 배정돼 1주만 받게 된다.

앞서 IPO를 진행한 카카오게임즈의 일반 청약 경쟁률은 1524.85대 1이었다. 당시 카카오게임즈의 공모가가 2만4000원이었기에 1억원을 넣을 경우 약 5주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올해 가장 먼저 ‘IPO 대박’을 터뜨린 SK바이오팜의 경우 323.03대 1의 경쟁률이었다. 증거금 1억원을 넣으면 13주를 받았다.

투입되는 자본이 많음에도 개인투자자들이 공모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짧은 시간 안에 확실한 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세 회사 모두 상장 직후 주가가 오버슈팅하면서 공모가의 두배, 세배까지 오르는 이른바 '따상', '따따상' 현상이 나타났다.

여유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인투자자들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청약 자금을 마련해 청약에 참여하고 있다. 단기간만 이자를 내면 되는데다 환불금을 제외한 투자금은 온전히 수익으로 남게 된다. '따상'이나 '따따상'이 확실하다고 가정하면 무조건 대출이자보다 수익률이 높기에 '해볼만하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실제 SK바이오팜의 경우 공모가가 4만9000원이었지만 3거래일 연속 상한가을 기록했다. 이후 이틀간 상승세를 보이면서 26만9500원까지 치솟았다. 카카오게임즈는 공모가 2만4000원에서 상장 첫날과 둘째날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8만60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상한가 행진이 끝난 이후에는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10월5일 오후 2시20분 기준 SK바이오팜은 13만9500원, 카카오게임즈는 5만4200원대로 주저앉았다. 최고가 대비 약 40%가량 하락한 가격이다. 돈이 들어가고 나가는 주기도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카카오게임즈의 상승세는 상장 3일 차에, SK바이오팜은 5일 차에 꺾였다.

[IPO 대박 종목 주가 추이]

◆상장사 29개 중 20개가 시초가 밑돌아…평균 낙폭 -19.65%

빅히트 엔터를 비롯한 카카오게임즈, SK바이오팜이 'IPO 대어'로 손꼽히면서 그나마 수익을 냈지만 대다수의 IPO 종목들은 시초가를 밑돌고 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국내 증시에 입성한 29개 상장사(코스피 1개, 코스닥 28개) 가운데 증시 입성 첫날 시초가를 넘은 곳은 9곳 뿐이었다. 나머지 20곳(69%)은 상장 첫날의 시초가를 밑돌았고 평균 낙폭은 -19.65%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모주를 위주로 투자하는 공모주 펀드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혹은 1~3년 수익률이 5~10% 내외에 그치는 상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9일 기준 국내 설정액 10억원 이상 123개 공모주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8.53%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36.74%), 해외주식형펀드(26.70%) 등보다 훨씬 저조한 수익률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IPO 대어가 나타나면서 상장 후 오버슈팅이 일어나 단기간 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IPO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호황일 것이란 보장도 없다"며 "특히 '따상'을 하는 인기 공모주는 청약 경쟁률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배정 물량 자체도 적어서 투자자들의 생각만큼 수익률도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