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택 사장 “예술인 없으면 '예술의전당' 존재 이유가 없죠”
2020-10-05 00:00
코로나로 생사 기로에 놓인 공연 예술인
연말까지 대관료 100% 면제 통 큰 결단
비상업 예술 교류로 문화외교 물꼬 터야
2022년 한·중 수교 30주년 공연 준비 중
연말까지 대관료 100% 면제 통 큰 결단
비상업 예술 교류로 문화외교 물꼬 터야
2022년 한·중 수교 30주년 공연 준비 중
“예술의전당은 예술인들과 관객분들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입니다. 코로나19로 10년 많게는 30년간 공연예술에 종사하셨던 분들이 지금 생사의 갈림길에 서 계십니다. 예술인이 없으면 예술의전당은 존재의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했죠. 돈은 없지만 극장이 있으니 대관료를 안 받기로 결정했죠.”
코로나19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공연·예술계에 단비가 내렸다. 예술의전당은 5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오페라하우스(오페라극장·CJ 토월극장·자유소극장)와 음악당(콘서트홀·IBK챔버홀·리사이틀홀) 6개 공연장의 대관료를 100%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개관 32년 역사 최초로 대관료 면제라는 지원책이 발표된 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집무실에서 만난 유인택 사장은 “공연예술계는 가을부터 코로나가 잦아들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지금까지 버텨 왔다. 상반기에 체력저하가 심하게 된 상황이다”라며 “가을·겨울까지 계속되면 버틸 수 있는 곳이 공연예술계에는 없다. 그나마 규모가 큰 영화사도 문을 닫기 시작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대화를 할수록 “고통은 함께 나눠야 한다”는 말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2019년 3월 예술의전당 사장에 취임한 유 사장은 “1년 반 전 내가 그들의 자리에 있었다. 대학로에 10년 가까이 있다가 왔다”며 “정부에서 예술인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제공했지만, 기획사·예술인·스태프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한자리 띄어 앉기’로 극장을 운영하면, 예산을 받는 국공립 예술단체들은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티켓 수입에 의존하는 민간 단체들은 당해낼 수가 없다”고 짚었다.
유 사장이 민간단체들을 대상으로 대관료 면제라는 ‘심폐소생술’을 하는 이유다. 그는 “하반기에 공연을 준비하는 단체들이 이렇게라도 희망의 끈을 이어가게 하는 것이 예술의전당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3억원이 됐든 5억원이 됐든 단기손실은 감소하더라도 길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각 단체들과 거리낌없이 소통하고 있는 그는 “위기일수록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는 것이 인간사에서 중요하다”며 “마음을 함께하는 것, 어려움을 알아준다는 것이 필요하다. 그다음이 경제적인 지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中, 국내 예술인들이 함께 해야 할 파트너
문화는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국가와 국가를 연결한다. 유 사장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동양예술극장 대표 시절 중국 영화 상설관을 열었다. 주한중국문화원과 협력해 중국 영화를 제공 받아, 공연이 없는 오후에 무료로 상영했다.
유 사장은 “중국은 장기적으로 한국 예술인들이 함께 가야 할 파트너로 보고 있다”며 “영화는 만국의 공통어다. 젊은이들이 영화를 통해서 중국 젊은 세대의 생활 모습 등 중국에 대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행보는 예술의전당 사장 부임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 국가 대극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교류 중이며, 중국이 중심이 된 세계오페라극장연맹(20여개 극장), 실크로드 국제극장연맹(50여개 극장) 포럼 등에도 참여했다.
유 사장은 “예술의전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공극장으로서 문화 외교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다른 분야에서 막히더라도, 공공극장이 클래식이나 비 상업적 예술분야에서 교류를 계속해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인 해다. 유 사장은 “30주년을 대비해서 중국에 갈 우리 오페라와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다”며 “다양한 채널로 수교 기념행사가 열릴 것이다. 예술의전당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극장과 극장의 물꼬를 트는 것도 중요하다. 유 사장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국의 많은 중소 도시와도 교류를 강화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