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NH·한투, 크래프톤 주관사 경쟁 '진검승부'
2020-09-25 17:10
한국투자 우세 전망 속 미래에·NH투자증권 경합
JP모건 출신 크래프톤 CFO ‘깐깐함’ 변수로 작용
JP모건 출신 크래프톤 CFO ‘깐깐함’ 변수로 작용
[데일리동방]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이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하면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의 주관사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IPO 시장에서 '빅3'로 불리며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해왔지만 게임사의 경우 한국투자증권이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크래프톤처럼 '원 히트 원더' 상품을 가진 펄어비스를 성공적으로 주관한 트랙 레코드(운용실적)가 있기 때문이다.
넷마블을 성공적으로 상장한 NH투자와 더불어 다수의 중소형 게임사들을 주관한 노하우를 가진 미래에셋대우의 저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올해 반기 보고서 기준 매출액은 8872억원으로, 최근 IPO 흥행에 성공한 카카오게임즈 매출(2029억원)의 4배 이상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크래프톤의 영업이익은 5137억원으로, 국내 게임사 1위인 넥슨(7730억원) 다음으로 높은 이익을 달성했다.
카카오게임즈보다 더 주목받는 대어인 만큼 덩치도 상당히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크래프톤 유통 주식 수는 1분기 결산 기준으로 804만5498주인데, 공모가 120만~160만원을 대입할 경우 시가총액이 9조~12조원으로 추산된다.
우선 증권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투증권은 가장 최근 카카오게임즈를 주관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에 접수된 청약 증거금은 58조5543억원(청약주식수 48억7952만4920주)으로, SK바이오팜이 세운 최대 증거금 기록(30조9899억원)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특히 한투증권이 크래프톤과 유사한 구조의 게임사 '펄어비스' IPO를 성공적으로 끝냈기에 가산점을 후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크래프톤은 지난 2017년 배틀그라운드를 출시하면서 글로벌 히트 상품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글로벌 누적 이용자는 7억명을 돌파했으며, 모바일 버전 '배그 모바일'은 가입자 2000만명을 넘겼다. 하지만 배그 외에 새로운 게임이나 추가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콘텐츠가 없는 실정이다. 배그 이후 크래프톤이 출시한 케슬번, 테라 히어로 등 다른 게임들은 초라한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펄어비스도 MMORPG 검은사막이 유명했지만 그 외에 다른 콘텐츠나 상품이 없었다. 최근에는 섀도우아레나, 붉은사막과 같은 신작 게임들을 론칭, 개발하면서 수익 다각화가 나타나고 있다.
펄어비스 상장 공모는 시가총액 1조원, 공모규모 1854억원이었다. 수요예측에서는 388곳의 국내외 기관이 참여해 8800만여주를 배정 신청했으며, 수요예측 경쟁률은 62.4대 1이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개인투자자들의 IPO 참여가 적극적이지 않아 일반투자자 모집은 성적이 저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펄어비스가 하나의 작품만 대박이 난 '원히트원더'인데, 크래프톤 역시 배그 시리즈 하나만으로 먹고 사는 구조"라며 "수익 구조가 유사한 업체를 성공적으로 가치평가를 했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NH투자증권도 게임사 IPO 경험 '풍부'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게임사들의 IPO를 연달아 주관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18년 모바일 게임 '킹스레이드'로 유명한 베스파 IPO를 주관한데 이어 '킹오브파이터'로 유명한 일본 업체 SNK의 한국 IPO도 주관했다. 또 상장 예정인 스마일게이트RPG, T3엔터테인먼트 등 게임 업체의 IPO 대표주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IPO시장에서 대형 주관을 싹쓸이하고 있는 NH투자증권도 2017년 '게임업계 대형사 3N' 중 하나인 넷마블을 성공적으로 주관한 사례가 있다. 당시 넷마블은 13조원이 넘는 상장 밸류를 인정받았다.
크래프톤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JP모건 출신이라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배동근 크래프톤 CFO는 JP모건에서 넷마블 IPO를 주관했으며, 투자은행(IB) 업무 경험도 풍부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넷마블 IPO를 진행했기에 NH투자증권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며 "관련 분야의 경험이 많은 만큼, 사전 준비단계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어려워 대형 증권사들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