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2만원의 가치 혹은 대가
2020-09-19 19:00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한다. 만약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그 돈으로 무얼 할지 또는 무얼 할 수 있을지. 하지만 현실은 대개 꽝이어서 어쩌다 5등(5000원)이라도 당첨되면 기분 좋은 게 사람 심리다. 그리고 다시 1등을 바라면서 로또를 산다. 당첨 확률 대비 매몰비용이 크지만, 대박난 주식과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어 투자하듯이 꾸준히 사는 이들도 있다.
다음 달, 만 13세 이상 전 국민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통신비 지원 명목으로 2만원을 받게 됐다. 9월분 요금에서 차감 지급되는 방식이어서 손에 잡히는 돈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로또 5등보다 금액이 큰데, 웬만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값인데 기껍지가 않다. 왜일까.
통신비에서 2만원의 효용은 상대적이다. 가장 비싼 5G 요금제를 쓰는 사람에겐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보다 저렴한 요금제나 알뜰폰 이용자에겐 크게 와닿을 수 있다. 누군가는 '이달에 휴대폰 소액 결제를 2만원어치 더 해도 되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즉, 기껍지 않은 이유를 서로 다른 체감 만족도에서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
실제 막는다고 막아지지 않는 물가 상승에 더해 내년 건강보험료 인상이 결정됐다. 고용보험의 경우 골프 캐디의 가입이 의무화된 데 이어 보험설계사도 적용 논의가 한창이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권에 들이려는 취지라면 늦장 대응이고, 지금처럼 직접고용이 불확실한 채로 코로나19 상황에 내릴 결정인지도 갸웃하게 된다.
일회성으로 지원되는 통신비 2만원의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들도 '일단 고맙게 받으면 될 일 아니냐', '더 필요한 곳에 투자하길 바란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개인의 효용은 다를지라도 9289억원이란 예산은 작은 숫자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