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가 온다]① 조세 회피 막는다...국제 공조 시작

2020-09-18 08:00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타깃..."독과점 구조 형성 가능성 커"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기존 구조에 근거한 법·제도의 체계는 산업·경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개별 국가뿐 아니라 국가 간 관계와 국제 규범에서도 포착된다.

디지털세가 대표적인 사례다. 디지털세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디지털 기업의 조세 회피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됐다.

디지털세는 고정 사업장 소재지와 상관없이 글로벌 디지털 대기업이 직접 매출을 얻는 영토 내에서 해당 국가가 이들의 매출액에 대해 일정 세율로 부과하는 조세다.

기존 법체계에서 법인세는 고정 사업장 소재지를 기준으로 부과한다. 디지털 기업의 경우 제조업처럼 고정 사업장이 필수가 아니다. 따라서 디지털기업은 실제로 창출한 부가가치의 일부만 법인세 과세대상이 된다. 가치 창출과 과세권 배분의 불일치로 인한 조세 회피가 발생하는 셈이다.

전은경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주요 글로벌 디지털 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에 따라 부가가치가 규모에 체증적으로 발생한다"며 "디지털 플랫폼 시장은 필연적으로 세계적 규모의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기 쉽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독과점 시장구조에서 조세 회피가 가능하면 시장소재지 국가의 국민 소득이 글로벌 디지털 기업을 보유한 국가로 이전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만약 디지털세를 부과하면 이런 문제가 해소된다. 시장 국가의 부가 글로벌 디지털 대기업을 보유한 국가로 이전되는 것을 완화할 수 있다.

현재 디지털세에 대한 국제적 논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국(G20),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국가뿐 아니라 인도,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도 세수 확보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디지털 서비스세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OECD는 '수익 이전을 통한 세원잠식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디지털경제에서의 조세정책을 논의해왔다. 지난해에는 통합접근법을 통해 시장 소재지에 과세권을 부여하고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OECD는 올해까지 국제적으로 합의된 최종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U는 2017년 10월 디지털 시대에 맞는 효과적이고 공정한 조세시스템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논의했다. 디지털세 도입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디지털 서비스세를 임시 도입할 것을 제안했지만, 다음 해 일부 국가의 반대로 무산됐다.

EU 차원의 합의가 지연되자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과 같이 최근 5년간 재정적자 상황이 지속됐던 유럽의 국가들은 개별적으로 디지털세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3월부터 '글로벌 매출액 7억5000만유로 이상, 프랑스내 매출액 2500만유로 이상' 기준에 부합하는 글로벌 디지털 대기업에 프랑스 내 연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했다.

전 조사관은 "과세 대상기업이 주로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기업이다보니 미국이 와인·명품백 같은 프랑스 제품 일부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며 "이에 프랑스는 한발 물러서 올해 디지털서비스 과세를 유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자 미국은 지난 6월 OECD 디지털세 협상에 불참할 뜻을 밝혔다. 디지털세에 대한 국가 간 이해관계로 인해 올해 내로 타결이 어려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