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중국군은 더이상 '당나라 군대'가 아니다
2020-09-18 08:46
중국軍, 더이상 '당나라 군대'가 아니다
[박승준의 지피지기(知彼知己)]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충남 논산)은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와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카투사 복무시절 휴가가 특혜가 아니었음을 강조하면서 “미복귀한 병사를 이틀 뒤에 발견한 당나라 군대가 어디 있나, 좀 사실대로 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김 의원뿐만 아니라 많은 여야 정치인들이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문제에 대한 시시비비를 따지면서 ‘기강이 무너진 해이한 군대’라는 뜻으로 ‘당나라 군대’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러나 서기 618년부터 907년까지 300년 가까이 실재했던 역사상의 당나라는 동쪽으로는 한반도 부근에서 서쪽으로는 중동지역까지, 북으로는 바이칼 호에서 남으로는 베트남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를 지배한 대제국이었고, 그런 광활한 영토 지배는 강력한 군사력이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아마도 한반도에 거주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당나라 초기인 서기 645년 지금의 랴오둥(遼東) 지방을 침공한 당 태종을 안시성 성주 양만춘이 화살을 쏘아 왼쪽 눈을 실명시킴으로써 패퇴시킨 일을 자랑스럽게 기억해오다보니 ‘당나라 군대’라는 말이 허약한 군대의 대명사처럼 쓰이게 됐는지 모르겠다.
이 보고서에서 미 국방부는 “2000년 첫 보고서를 작성할 때의 중국 군사력은 규모는 상당했으나, 낡은 구식(archaic) 군대라 중국공산당의 장기적인 야망을 실현하기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은 군사력이었다”고 평가했다. “능력이나 조직, 현대전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군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은 그런 결함을 알고 있었으며, 군사력을 강화하고 변화하게 하기 위한 장기적인 목표를 세웠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올해 현재의 중국군은 “2049년 말까지 ‘World-class military(世界一流級 軍隊)’가 되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그런 목표는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 주석이 2017년에 발표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군은 무엇이 월드 클라스 군대인지 정의를 내리지는 않았으나, 금세기 중반까지는 그런 목표에 따라 군사력을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중국군은 지난 20년간의 인민해방군 현대화와 강화 노력에 따라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는 이미 미국의 군사력 수준을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 지상 발사 탄도 미사일(GLBM)과 지상발사 순항미사일(GLCM) : 중국군은 1250기의 GLBM. GLCM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미사일들의 사거리는 500~5500㎞인데, 미군은 사거리 70~300㎞의 GLBM만 보유하고 있으며,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GLCM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 통합 방공(防空) 시스템 : 중국군은 러시아제 S-400, S-300 방공시스템을 도입하고, 자체 생산 방공시스템을 합해 세계 최대의 장거리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시스템을 보유하게 됐다.
중국군의 핵전력은 그 규모와 능력 면에서 지난 20년 동안 중요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중국 핵 전력의 최우선 순위는 상대방으로부터 최초의 공격을 받은 경우에 보복공격을 할 수 있는, 생존 가능 핵전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중국은 핵전력에 관한 한 오랫동안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 ’NFU(No First Use)‘ 정책을 견지해왔으며, 앞으로 10년 동안 핵무기 발사와 운반 체제를 지상 발사, 해상발사, 공중발사 등으로 다양화 하고, 현대화 하는 작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인민해방군 지상군 병력은 2020년 현재 91만5000명으로 세계 최대이며, 현대화 되고 기동성 높으며, 전투 살상력이 높은 군대를 만들기 위해 각종 전투 시스템과 통신장비의 현대화를 2019년에 추진했다. 중국 지상군의 현대화는 주로 강도 높은 갈등 상황에서 합동작전을 수행하고, 해외에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업그레이드 작업을 추진해왔다. 지상군의 작전 영역은 과거의 7대 군구에서 상하이(上海)를 중심으로 하는 동부 전구(戰區)와 베이징(北京) 중심의 중부 전구, 티베트와 신장(新彊)위구르 자치구를 담당하는 서부 전구, 한반도와 러시아 국경지대를 전담하는 북부 전구, 광둥(廣東)성과 홍콩, 마카오 방어를 담당하는 남부 전구의 다섯 전구로 재편했다.
인민해방군 해군은 350척의 전함과 잠수함, 그리고 130여개의 전투부대로 조직된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이다. 중국 해군이 2019년에 최초의 항모를 보유하게 됐으며, 2023년에 두 번째 항모를 실전 배치할 예정인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19년 중국 해군은 최초의 상륙 공격함 위선(Yushen)급 수륙양용함을 취항시켰고, 전 세계에 중국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해군력을 갖추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한반도에 커다란 위협이 될 인민해방군 해병대는 1만명 병력의 2개 여단을 이미 갖추었으며, 현재로서 이 중국군 해병대의 우선 작전 영역은 남중국해 일원으로 잡아놓았다.
중국 공군의 최근 전략 변화는 미국의 태평양 중심 전략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바뀜에 따라 이에 대응해서 공중 재급유가 가능한 핵추진 폭격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공군 능력을 따라잡는 것을 중국 공군의 시급한 목표로 잡고 있다.
중국군은 5대 전구로 작전 담당 지역을 조정하면서 한반도 전체와 러시아 국경지대에 대한 작전을 산둥(山東)성과 랴오닝(遼寧),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성 일원을 담당하는 북부 전구가 담당하게 했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산둥반도와 랴오둥 반도, 지린성 일원에 전구 지휘사령부 아래 인민해방군 육·해·공 지휘부와 미사일부대, 특수부대 등을 밀도 높게 배치했으며, 연변과 신의주에 전투비행단을 신설해서 한반도 유사시에 대처하기 위한 신속 대응 능력을 높여놓았다. 미 국방부의 보고서는 특히 한반도에 대해 “중국이 최근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행동이 2019년에 두드러졌으며, 중국군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한 군사훈련을 지속적으로 수행중”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세계 1류의 군사력 확보’를 통해 국제질서(International System)를 중국 중심의 질서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중국이 추진하는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는 ‘중국이 주도하는 인류운명 공동체’ 건설을 통한 ‘중국의 위대한 부활’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군이 대외정책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추진하고, 중국군의 국제적인 성격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2020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나타난 중국군의 전략 변화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 이미 1971년에 시작된 닉슨 대통령의 전략구상 ‘중국과 접근해서 소련을 견제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의 시대는 종결된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흐름을 우선 읽을 수 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설계하고, 덩샤오핑(鄧小平)이 실현한 중국과 미국의 동행 시대는 이미 끝이 났으며, 시진핑(習近平)이 이끄는 중국군은 이미 미국을 제1의 가상적으로 간주한 전략을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역시 중국을 더 이상 전략적 동반자가 아니라 가상적으로 간주하는 전략을 갖춰가고 있으며, 다가오는 미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서 미 국방부의 그런 전략 판단이 바뀔 전망도 희박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난 50년간 유지되어온 미·중관계 큰 구도가 이미 변화했으므로 우리의 대미국, 대중국 관계와 전략도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미·중 관계의 큰 그림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대외 전략 구조변화를 청와대나 국방부 외교부가 고민한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이미 중국군은 더 이상 ‘당나라 군대’가 아니며, 중국군은 미국을 상대로 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미 국방부의 중국군사력 보고서는 보여주고 있다. 요즘 국회와 정치권에서 들리는 ‘당나라 군대’ 논쟁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 군이 과거의 ‘당나라 군대’ 행태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