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쏘아올린 수소경제, 정유4사 ‘장밋빛 전망’ 금물
2020-09-15 00:09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힘입어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기회로 경영난에 처한 정유업계도 수소경제에 적극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함께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는 수소 상용차 충전 인프라 관련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저울질하고 있다.
SPC 설립 논의는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수소 산업 육성책과 국내 업계 1위 현대차가 주도하는 미래 친환경차 시장 선점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급물살을 탔다. 연초 산업부의 제안으로 논의를 시작, 각사별로 타당성을 조사해왔으며 이르면 연내 업무협약을 체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소극적이던 정유4사도 수소차 충전 인프라 SPC 설립에 전향적인 자세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른 수요절벽이 극심해지면서 상반기에만 정유4사의 영업적자는 총 5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제대로 활용할 길이 없던 부생수소(석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수소)를 수소차 충전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정유4사로선 매력적인 신사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석유 정제과정에서 수소 생산이 가능하고 수소 유통사업의 성장 가능성도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당장의 수익성을 담보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수소 충전소를 건설하는 데 통상 30억원 가까이 소요된다. 오는 2025년까지 수소 충전소 80개소를 공언한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향후 4년간 매년 600억원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대차가 독점하고 있는 수소차 공급량이 드라마틱하게 급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 한계다. 공급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섣부른 투자는 리스크가 불가피하다.
이에 정유사들은 수소차 보급 추세를 지켜본 뒤, 주유소 부지를 제공하거나 기존 주유소를 복합에너지스테이션 형태로 변모하는 식으로 점진적 투자를 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산업은 아직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따라줘야 한다”면서 “아직 전기차도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소차는 기존 사업에 추가되는 정도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