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자금에 투자자금까지...신용대출 열흘 만에 1조원 또 늘었다
2020-09-13 13:59
코로나19 생활자금ㆍ빚투 수요 맞물린 결과
당국, 규제 강화 준비…"돈줄 막을라" 우려도
당국, 규제 강화 준비…"돈줄 막을라" 우려도
신용대출이 이달 들어 1조원 이상 급증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와 부동산 및 주식 투자를 위한 '영끌'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신용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규제 강화를 준비하고 있으나, 자칫 생활고를 겪는 서민들의 돈줄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이달 10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25조417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124조2747억원)과 비교하면 열흘 만에 1조1425억원이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이달 신용대출 증가폭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달(4조755억원) 수준과 비슷한 규모가 될 전망이다.
신용대출 급증세가 멈추지 않는 것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가 강화된 와중에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낮아지면서, 부족한 자금을 신용대출로 충당하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1.85~3.75%다. 지난달 14일 금리 밴드(1.74~3.76%)보다 소폭 올랐지만, 2~4%대인 주담대보다 여전히 낮다. 고신용자는 2% 안팎의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긴급 재난지원금 사용기한이 지난달 말로 끝나면서, 주담대를 받기 어려워 신용대출을 통해 생활자금을 확보한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캐피털사와 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 3~5월에 감소했으나, 6~8월에는 각각 5000억원, 1조8000억원, 2조2000억원 증가했다. 기타대출에는 카드론·현금서비스, 보험계약대출 등이 포함되는데 신용대출만 따로 떼어 보면 6∼8월에 각 4000억원, 8000억원, 9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당국 입장에서 신용대출을 무작정 조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용대출 용도가 생활자금인지 투자자금인지를 가려내기가 어려운 탓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생계형 대출에 대해선 지원을 강화해야 하고, '버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자산시장 투자용도의 경우 규제해야 하지만, 이 둘을 구분하기가 어렵다"며 "'핀셋 규제'가 가능한지가 신용대출 규제 가능 여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