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원유 제재 임박···"국제유가 영향 제한적"

2020-09-11 11:00
미국은 제재 집중하나 중국·EU 등은 시큰둥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를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이란산 원유의 공급 부족으로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유·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원료 가격 상승 요인이 반갑지 않다는 입장이나, 이란 제재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7일(현지시간) 대(對) 이란 1차 제재를 개재했다. 이번 제재는 2년 7개월여만에 재개됐다.

이번 1차 제재에는 이란의 귀금속, 흑연, 알루미늄, 철 등 광공업이 중심이다. 이란 국영 석유회사와 원유 및 석유제품에 대한 제재는 오는 11월 시작될 2차 제재에 포함될 예정이다.

아직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가 개시되지 않았지만 1차 제재가 시작된 만큼 중대한 변수가 없다면 2차 제재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직 제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국제 유가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실제 1차 제재가 시작된 7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보다 배럴당 0.16달러 상승한 69.17달러를 기록했다. 향후 본격적인 제재가 시작되면 자칫 유가가 걷잡을 수 없이 급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미 제재가 예고된 만큼 산유국이 유가 안정을 위해 대처할 수 있어 심각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제재를 주도한 미국에서 2차 제재가 시작되는 11월 초 대통령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을 가르는 분수령인 만큼 중간선거 전후 국제유가 급등을 피하기 위해 전략적 비축유를 일부 방출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아울러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미국의 이란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것도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것이라는 근거로 꼽힌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제재가 발표된 이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이란은 우호국가 사이로 우리는 각자 국제법상 의무 틀 안에서 정상적인 왕래와 협력을 하고 있다"며 "경제무역과 에너지 부문의 협력이 논란이 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제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분석된다.

유럽연합도 지난 6월 이란 제재에서 자국 기업들을 제외해 달라고 미국에 정식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제재 조치를 어겼다는 이유로 불똥이 튈 수 있는 기업 대신 유럽 각국 정부가 직접 이란산 원유 수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 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도 유가 급등 시 증산을 통해 유가 안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로 유가 움직임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의 원유 수출 중 중국과 유럽, 인도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들의 이란 제재 동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이란이 핵협정(JCPOA)에 탈퇴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후 미국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경제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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