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또 논란"…디즈니 '뮬란'은 왜 '보이콧' 대상이 됐나?

2020-09-11 00:00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 개봉 전부터 '보이콧' 운동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 제작 액션영화 '뮬란'(감독 니키 카로)이 오는 17일 국내 개봉한다.

영화 '뮬란'은 용감하고 지혜로운 '뮬란'(유역비 분)이 가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여자임을 숨기고 입대, 역경과 고난에 맞서 위대한 전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다. 1998년 개봉한 동명 애니메이션을 22년 만에 실사화해 개봉 전부터 영화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특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알라딘' 등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 '뮬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상태. 그러나 개봉을 앞두고 여러 잡음과 논란이 불거지며 영화 '뮬란'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떨어진 분위기다.

시작은 주연 배우 유역비(류이페이)의 친중 발언이었다. 그는 지난해 8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는 내용이 담긴 사진을 게재했다.

당시 홍콩에서는 중국 정부의 범죄자 송환법에 맞서 시위를 벌이던 상황. "홍콩 경찰의 과잉 진압과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유역비는 '뮬란'이 될 자격이 없다"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보이콧' 운동이 벌어졌다. 홍콩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이들은 물론 그들을 응원하던 이들까지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보이콧 뮬란' 해시태그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진=영화 '뮬란' 포스터, 인스타그램 속 '뮬란 보이곳' 해시태그]


논란이 거세지자 유역비는 지난 2월 "매우 복잡한 상황이고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상황을 수습했지만,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그리고 지난 4일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자사 OTT 공개를 결정한 '뮬란'이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됐다. 영화 공개 후 '보이콧' 움직임은 더욱 거세졌다. 디즈니가 엔딩크레딧을 통해 신장 자치구 투루판시 공안 당국과 중국 공산당 신장 선전부 등에 대한 감사를 전한 게 문제가 됐다.

영화 촬영지 중 하나로 알려진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광범위한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지역이다.

영국 매체 BBC는 "(뮬란은) 엔딩 크레딧에서 위구르족 이슬람교도들이 구금된 것으로 여겨지는 신장 지역의 정부 보안 기관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그곳은 최근 몇 년 사이 위구르인 100만명이 강제 구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용소"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위구르인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을 가짜 뉴스라고 일축하며 수용소가 분리주의, 테러리즘, 극단주의 등에 맞서는 데 필요한 곳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홍콩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조슈아 웡은 트위터를 통해 "'뮬란'을 보는 건 경찰의 만행과 인종차별을 외면하는 것이며, 무슬림 위구르인 집단 감금에도 잠재적으로 공모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내서도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났다.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은 지난달 31일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에 "자유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강력한 이 나라에서 자유를 외치는 홍콩 시민들을 탄압하는 데 일조하는 '뮬란'에 대한 상영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항의서를 전달했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았다. 중국 남북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임에도 고증이 잘못되었고, 남성만 '기'를 쓸 수 있다는 등 영화 주제와 맞지 않는 설정이나 틀에 박힌 동양 문화의 묘사로 "이해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트는 "스토리가 빈약하다. 뮬란에게 의미 있는 관계성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혹평했고, 버라이어티는 "어떤 프레임도 독창적이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어설프다"며 뼈아픈 비판을 남겼다.

논란과 혹평 속 영화 '뮬란'은 별도 시사회 없이 17일 국내 개봉을 진행한다.

'뮬란' 국내 관계자는 "거리두기 2.5단계에 맞춰 언론시사회를 진행하지 않는 것"이라며 해외에서 불거진 논란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극장가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일 관객수가 5만명대까지 떨어지는 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 업계는 물론 관객들도 영화 '뉴 뮤턴트' '뮬란' 등 할리우드 대작 영화 개봉만 기다리는 분위기였으나 논란과 혹평이 쏟아지며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 '뮬란'이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게 됐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