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하지 말라더니…정작 고위직들은 여전히 의혹 '줄줄'

2020-09-09 08:00
이낙연·이정옥 여가부 장관·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0.9.7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투기꾼을 때려잡겠다며 잇달아 고강도 규제를 내놔 갭투자(전세를 끼고 사는 투자) 거래가 씨가 마르는 가운데, 정작 고위직들의 갭투자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섰지만, 여론은 냉담했다. 이 대표는 전부터 끊임 없이 부동산 이슈 관련 논란 속에 있지만, 정작 대표연설에서는 그 내용을 쏙 뺀 채 다른 사회적인 문제만 거론하며 논란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1대 국회 신규등록 의원 재산 내역에 따르면 이 대표는 17억5000만원 상당의 서울 종로구 '경희궁의 아침'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아파트의 임대보증금 12억원은 이 후보의 채무로 올라갔다. 대신 서초구 잠원동 동아아파트는 11억4400만원(신고가 기준, 실거래가격 19억5000만원)에 매도했고, 종로구 경희궁자이 아파트에 전세권으로 9억원이 설정된 것으로 기재됐다.

앞서 지난 2월 잠원동 아파트를 팔고 경희궁자이에 전세를 얻은 뒤 무주택 상태에서 4월 총선을 치렀다. 이 후보 측은 이후 5월 경희궁의 아침을 매입했다고 밝혔으며, 이사는 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는 현재 사는 경희궁자이의 전세 완료(2022년 2월)가 1년 6개월가량 남은 시점에서, 매입가와 임대보증금의 차액인 5억5000만원에 경희궁의 아침을 매입했다. 이에 세간에서는 대한 갭투자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현직 고위공직자 역시 부동산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정옥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은 최근 대전 도룡동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나, 정작 갭투자 의혹을 받는 서울 목동 아파트는 처분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앞서 이 장관은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스마트시티 아파트(134.9㎡·남편과 공동명의), 서울시 양천구 목동 이편한세상 아파트(134.7㎡) 두 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관보에 따르면 대전 집은 지난 3월26일 기준 6억3100만원, 목동 집은 8억7000만원이다.

이 장관이 소유한 대전 아파트의 현재 거래가는 13억원 정도다. 이 장관은 지난해 8월30일 자신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보유한 주택 2채 중 1채를 처분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 3월 정기재산공개 당시 2채를 계속 보유하고 있던 게 밝혀져 논란이 됐다.

아울러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갭투자 의혹에 휩싸였다. 한기호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서 후보자의 배우자와 차녀는 지난 2009년과 2012년 두 차례 위장 전입을 했다. 

자료에 따르면 서 후보자의 배우자와 차녀는 각각 2009년과 2012년 중학교와 고등학교 배정을 위해 원 주소지인 서울 서대문구에서 종로구 구기동으로 위장 전입했다. 서 후보자의 차녀는 구기동으로 위장 전입한 뒤 종로구의 한 여중·여고에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후보자와 가족들은 이 기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아파트와 용산의 군인아파트에 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 후보자는 지난해 10월에도 전세를 끼고 서울의 한 아파트를 구매해 갭투자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