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율 14% 의사국시 실기 시작···'잃어버린 1년' 올까

2020-09-08 09:38
정부, "이미 한 차례 연기...다른 구제책 마련하지 않을 것"
국시 미응시자, 전공의 수련 불가·현역병 입영 대상자 돼

1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모습. [사진=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의료 정책 추진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원점 재논의로 합의했지만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시험을 두고 다시 충돌했다. 구제책이 없다면 1년에 한 번뿐인 국시 응시생은 꼼짝없이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국가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따르면 오늘(8일)부터 시작하는 국시 실기시험 응시생은 대상자 3172명 중 446명으로 응시율이 14%에 불과하다. 평균 합격률이 95% 전후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신규 의사 수도 평년의 14% 내외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험 하루 전날인 7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국 40개 응시자대표회 의결에 따라 만장일치로 의사 국가시험을 치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미 한 차례 접수 기한과 시험을 연기한 만큼 또 다른 구제책을 마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재신청을 다시 연장하거나 추가 접수를 하는 경우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차례 (시험을) 연기하고 응시자들에게 다시 한번의 기회 부여까지 해 준 이상, 추가 접수를 하는 것은 법과 원칙에 대한 문제”라며 “의사 국가고시뿐 아니라 국가시험을 치르는 수많은 직종과 자격에 대한 형평성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입장에 의료계는 적극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7일 성명을 통해 “의대생의 국가시험 응시 거부는 일방적인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정당한 항의로서 마땅히 구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의협은 이들이 정상적으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전공의 대상 간담회에서 “2주 내 시험을 재응시시키거나 그들이 원하는 대로 (시험이) 연기되지 않는다면 단체행동에 강하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올해 국시에 구제책이 없다면 국시 응시생 중 대부분인 의대 본과 4학년은 내년 졸업 후 의료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현저히 좁아진다.

의사 면허가 없으면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자격인 대학병원 수련이 불가능하다. 졸업하는 남학생의 경우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가 아닌 현역병 입영 통지 대상에 해당한다. 병무청에 따르면 현역병 입영 일자 연기 사유 중 시험 응시 예정에 관한 항목에는 ‘시험 불합격자’라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한편, 국시원은 대책 마련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윤성 국시원장은 7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구제라는 말은 본인이 거기서 나오고 싶을 때 방법을 제공해야 구제가 된다"며 "시험을 보겠다고 하면 그 숫자에 맞춰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은 신청을 (하지 않고), 시험을 안 보겠다고 그랬으니 이 사람들을 강제로 데려다가 시험을 볼 수가 없다"며 "그래서 지금은 아무런 방편을 고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