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까지 합의 안 되면 끝"...노딜 브렉시트 리스크 재부상

2020-09-07 11:31

[사진=AP·연합뉴스]


영국이 EU와 새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채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의 무역협정 체결 시한을 10월 15일로 정하면서다. 그 안에 협정을 체결하지 못하면 '노딜' 상태로 올해 말 EU를 완전히 떠나겠다는 입장이다. 또 영국이 EU와 앞서 체결한 '이혼협정'보다 우위에 있는 새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양측의 협상이 좌초될 위험이 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6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의 말을 빌려, 영국 정부가 EU와 체결한 '브렉시트 탈퇴협정'보다 우위에 있는 입법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르면 9일 발표될 예정이다. 내부시장법안(Internal market bill)으로 불리는 새 법안은 북아일랜드 통관 등을 포함해 영국이 EU와 체결한 '브렉시트 탈퇴협정' 주요 내용을 무력화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새 법안은 브렉시트 후 북아일랜드와 본토 간 교역에 관세가 생기는 것을 피하고 영국 4개 나라(스코틀랜드, 웨일스, 잉글랜드, 북아일랜드) 간 원활한 무역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영국과 EU의 무역협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법안이긴 하지만 영국이 EU와 맺은 약속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내포된 만큼 이번 주 재개되는 무역협상이 더 꼬일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크다. 양측은 오는 8일 런던에서 무역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더구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무역협상 데드라인을 10월 15일로 못 박으면서, 그 안에 협정을 체결하지 못하더라도 올해 말까지인 전환기간을 예정대로 종료해 EU와 완전히 결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존슨 총리는 7일 이 같은 입장을 다시 공식화하면서 EU에 양보를 촉구할 예정이다.

올해 1월 31일 EU를 공식 탈퇴한 영국은 올해 말까지 일종의 과도기인 전환기간을 거치고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고도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은 이유다. 이 기간 영국과 EU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완료한다는 방침이었으나 거의 진전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데드라인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점을 감안할 때 노딜 가능성이 큰 셈이다.

협상 교착상태를 둘러싼 책임 공방도 여전하다. 도미니크 랍 영국 외무장관은 6일에도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EU가 영국을 EU의 단일시장 규칙에 묶어두려고 함으로써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을 훼손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반면 EU는 영국이 고집을 부리고 있다며 반박한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지난주 협상 상황에 대해 "걱정스럽고 실망스럽다"면서 합의를 위해선 영국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EU는 영국과 무역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9월 24일 EU 정상회담 의제에도 브렉시트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만일 전환기간 안에 무역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양측 교역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게 된다. 사실상 '노딜 브렉시트'나 마찬가지이므로 적지 않은 경제적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런 불안을 반영하듯 영국 파운드화는 하락세다. 한국시간 7일 오전 11시 25분 현재 달러·파운드 환율은 0.31% 떨어진 1.3241달러를 가리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