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이재용 재판 넘겨진다

2020-09-01 14:55
검찰, 김태한 등 10명도 기소…1년9개월 수사 마무리
수사심의위원회 '불기소' 의견 받아들이지 않아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진다. 앞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불기소' 의견을 뒤집은 결과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1일 오후 '삼성그룹 불법합병·회계부정 사건' 관련 브리핑을 열고 총수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핵심 관련자 총 11명을 불구속기소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승계 작업 일환으로 이뤄진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벌인 조직적인 부정거래와 시세 조종, 업무상 배임 등 각종 불법 행위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 관여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등 7명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와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미전실 장충기 전 차장(사장)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불법합병 은폐를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그룹 수뇌부 위증 등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실장, 김종중 전 팀장,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 등을 외부감사법위반 혐의로,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등을 국정농단 사건 재판 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 6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수사는 참여연대와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 회계 부정 고발로 2018년 12월 시작됐다. 1년 9개월간 수사를 벌인 검찰은 2015년 5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회계 변경은 경영권 승계 작업 일환이라고 결론 내렸다. 두 회사 합병 직전에 삼성물산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떨어진 것 역시 합병 비율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해 지배력을 강화하고자 그룹 차원에서 계획한 일이라고 봤다.

지난 5월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이 부회장은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수사·기소의 적정성을 판단해 달라며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검찰수사심의위원회도 요청했다. 지난 6월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내렸다.

수사심의위 권고를 뒤집는 이 부회장 기소 결정은 지난달 27일 이뤄진 검찰 인사에 이미 감지됐다. 서울중앙지검은 특별공판2팀을 새로 만들고,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을 팀장으로 앉혔다. 앞으로 삼성 재판은 특별공판2팀이 맡을 전망이다.

기업범죄 전문가인 김 부장검사는 이복현 부장검사와 이 부회장 등 삼성 의혹 사건을 직접 수사했던 인물이다. 이 부회장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과 수사심의위 논의에도 참석했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도 삼성 관련 수사를 맡았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