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업체 70% 줄폐업 예고…투자잔액 1조 회수 미지수

2020-08-31 19:00
금융위 "먹튀 처벌대상…문제없다" 뒷짐

[사진=연합뉴스]


P2P(온라인투자연계) 금융권에서 최소 70%의 업체가 줄폐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폐업이 예상되는 업체에서 관리되는 최대 1조원에 이르는 투자 잔액을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8월 26일 금융감독원에 대출채권에 대한 회계감사보고서를 제출한 P2P업체는 전체(241곳) 중 70여곳에 그쳤다. 앞서 금감원은 최근 가짜 대출채권을 만들어 투자금을 횡령하는 등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회계법인 감사를 받아 보고서로 제출하라고 업계에 요구했다. 그런데 70%에 가까운 업체가 금감원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감사보고서 미제출 업체는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8월 27일 시행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온투법)'에 따라 내년 8월 말까지 당국에 등록을 마친 업체만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

해당 등록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법인 감사보고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제표가 아닌 채권 실재 여부에 대한 보고서도 내지 못했다면,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70여곳이 모두 등록 신청을 할지도 미지수다. 모든 업체가 신청하더라도 최소 10곳, 많아야 20곳 정도만 등록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 P2P업체 대표는 "영업을 하기 위해선 자본금 요건 및 인적·물적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데, 자본잠식 상태인 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당국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업체나 향후 등록 신청을 한 업체 중 요건에 미달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대부업 전환 또는 폐업을 유도할 계획이다.

문제는 미등록이 예상되는 업체에 투자한 투자금이다. P2P금융 통계업체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업계 대출(투자)잔액은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위 10~15개사의 잔액은 1조3000억~1조4000억원 수준이다. 20개 미만 업체만 등록이 가능하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 1조원에 이르는 투자잔액이 미등록 업체에 물려 있게 되는 셈이다.

당국은 P2P대출 채권 대부분이 만기가 1년 미만이고, 온투법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8월 말 이후 미등록 업체의 신규 영업이 불가능해지더라도 기존 채권에 대한 추심 의무는 주어져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부업으로 전환하거나 폐업했다는 이유로 '먹튀'를 했다간 형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유예 기간 동안 등록 현황을 공개하면 미등록 업체에 대한 계약 건수는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투자자가 원리금수취권(투자자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대출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한 투자자와 업체 간 계약이 유지되기 때문에, 미등록 업체여도 추심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등록 업체의 투자잔액을 등록 업체로 이관 계약하는 방안도 당국은 고려하고 있다. 업체 간 업무 양수도 계약을 통해 채권을 등록 업체로 넘기는 식이다. 그러나 해당 채권에 대한 실사를 할 여력이 있는 업체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실사를 통해 투자성이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채권을 사들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다만 이 같은 방법을 활용하더라도 막상 폐업 상황이 닥치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대형 P2P 업체도 대표이사의 횡령 등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계약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미등록 업체에 투자한 투자자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도 횡령 등 문제를 일으킨 가운데, 단순히 업계의 추심 의무 이행만 기대하는 것은 투자자 보호에 손을 완전히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