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칼럼] 文, '거꾸로노믹스'... 이럴 때가 아니옵니다
2020-09-01 18:58
통상 경제전망에서 보수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한국은행도 지난 8월 27일 올해 성장률을 -1.3%로 전망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2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다. 이마저도 낙관적인 전망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설비투자 증가율이 작년의 -7.5%에서 금년에는 2.6%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본 데 이어 작년에 -2.5%였던 건설투자도 -0.7%로 감소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증가율이 코로나 위기에 따른 세계경제 불황으로 지난 7월에 -23.6%를 기록하는 등 마이너스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높은 법인세율, 규제강화, 강성노조 등 기업투자환경은 악화되고 건설투자도 최근의 부동산대책으로 주택공급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낙관적인 전망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욱이 코로나19 재확산이 겨울까지 계속되면 성장률이 -2.2%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고용사정은 빙하기를 맞을 전망이다. 이미 실업자 수는 지난 7월 114만명으로 21년 만에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는 등 7월 기준으로 2017년의 96만명에서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실업자도 고용의 실제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상의 실업자 외에도 취업자로 분류되고 있는 일시휴직자,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고 있는 '쉬었음'과 취업준비생도 모두 실제로는 실업상태다. 이들을 합한 실제실업자는 7월 중 이미 495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 밖에도 코로나 위기로 빈사상태에 빠져 있는 고용원 없는 1인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 그리고 일감이 없다시피 한 임시·일용직근로자 등 불완전취업자도 1123만명에 이르고 있다. 실제실업자와 불완전취업자를 합하면 7월 중 벌써 1619만명이 고용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만약 코로나가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이 숫자는 2000만명 수준에 육박해 경제활동인구의 약 3분의2 정도가 일자리 고통을 겪는 고용대란에 직면할 전망이다.
문자 그대로, 경제는 대불황(great recession)으로 추락하고 있고 일자리는 대란으로 치닫고 있다. 경기순환변동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5월을 정점으로 경기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는 두말 할 필요 없이 문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되었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도의 비탄력적 도입, 무리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법인세 인상, 규제강화 등 반기업정책으로 초래되었던 문재인 불황에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위기까지 가세해 대불황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추락하면 감세, 규제완화, 임금상승 억제 등으로 경기반등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경제학이 가르치고 있는 경기안정화정책의 요체인데도 문 정부는 정반대로 증세, 규제강화, 임금인상 등 오히려 경기를 추락시키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 그 결과 미국, 일본이 전후 최장의 호황을 기록하는 가운데서도 한국은 경기가 급락하는 문재인 불황을 초래했다. 여기에다 코로나 감염국으로부터의 입국금지 등 초기 방역에 실패해 대불황을 초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15 총선으로 거대여당이 되어 경제와 일자리를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법안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은 평등경제를 외치고 때맞추어 여권은 거대여당을 등에 업고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 상법개정안, 상장회사법제정안, 다분히 삼성을 겨냥한 금융그룹통합감독법제정안과 보험업법개정안에 이어 임금격차해소법, 무역이익공유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등 경제 정의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줄줄이 반기업 입법을 밀어붙일 테세다.
상법개정안의 핵심은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감사 선임 시 대주주 특수관계인 합산 3% 이상 의결권 박탈 등이 주요내용이다. 다중대표소송은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모회사 주주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다. 비상장회사 주식 전체의 100분의1이나 상장회사 지분 1만분의1을 보유한 주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모회사가 자회사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게 돼 경영활동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개 7~9명의 이사 중 3명을 두게 되어 있는 감사위원 중 2명은 사외이사로 하게 되어 있고 감사위원장도 사외이사가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러한 감사 선임에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니 펀드나 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은 더 커져서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이 도입하고 있는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수단은 도입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법안들이 도입되면,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법 전면개정안에도 가격·입찰 등 중대한 담합과 관련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지주회사 지분율 요건 강화 등 핵심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업자에 부과되는 유형별 과징금 상한을 2배로 확대하고 대기업집단 공익법인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상장회사의 경우 특수관계인 합산 15%까지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기업에 대한 빈번한 소송으로 기업들은 몸살을 앓게 되고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로 대기업들의 벤처기업 인수는 위축되어 벤처기업 활성화에도 찬물을 끼얹게 될 전망이다.
친노조법안들도 줄을 잇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가입과 관련해 실직자, 해고자, 사회활동가도 노조전임자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노동조합법개정안에 이어 5급 이상 공무원도 노조 가입을 허용하자는 공무원노조법개정안, 해직교원도 노조가입을 허용하자는 교원노조법개정안, 노동이사제도 입안, 비정규직 우대법안, 한달만 근무해도 퇴직금을 주자는 근로퇴직급여보장법개정안 등 친노조법안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정도면 과연 한국에서 투자할 기업이 남아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대부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어 자생력 있는 기업들을 밀어낼 가능성이 큰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대대적으로 육성하자는 법안들도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쏟아지고 있는 반기업·친노조 법안들이 거대여당을 등에 업고 통과될 경우, 한국경제는 추락 정도가 아니라 뿌리부터 파괴될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경제를 일으키는 데는 수십년이 걸리지만 파괴하는 데는 불과 수년이면 족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될 걱정이 벌써부터 앞선다.
경제를 살릴 노동개혁, 규제개혁과 상속세·법인세 인하 등 세제개혁은 언급도 없으니 문 대통령이 주장한 ‘선도형 경제’를 위한 리쇼어링은 말잔치뿐인가. 기업을 이 정도로 몰아붙이면 일자리는 어디서 만들어질 것인가. 국민들 절반이 일자리가 없거나 불완전해서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는데, 일자리 대책이라고 내놓는다는 것이 한 달 30만~50만원의 6개월짜리 허드렛일 만드는 데 추경까지 편성하면서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실업급여는 급기야 한 달에 1조원을 돌파해 고용보험기금은 금년 중 바닥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는 최소 10조원 이상의 재정지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슨 돈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고용사정이 이런데도 무소불위 민노총은 경사노위를 무시하고 경제부총리를 만나 해고금지를 요구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파업을 일삼고 있다. 정년연장도 심심찮게 주장되고, 최저임금위에 민노총은 아예 참여도 하지 않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권창출 일등공신 민노총은 기득권 지키는 것 외에 위기 시 고통분담 등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지금 같은 비상 시기에 기업투자를 이끌어내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려면 기업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법인세 인하는 좋은 카드다. 정부는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는데 이제는 과감하게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때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법인세를 내려 기업 투자를 유도했고 지금도 비슷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규제 혁파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리쇼어링도 미국, 일본처럼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소비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다. 민간소비는 2분기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부 재정 투입으로 다소 늘었지만 반짝효과에 그쳤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소비는 이와 같은 일시적 소득보다는 안정된 일자리에서 오는 항상소득이 증가해야 늘어난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다시 얼어붙고 있다. 소비 침체로 내수 경기가 악화되면 영세 상공인과 서민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무엇보다 감염국으로부터 입국금지 등 초기대응이 절실하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대형마트뿐 아니라 백화점과 복합쇼핑몰도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취지이지만 소비 진작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다. 투입할 재정도 바닥이 나고 있다. 지금은 이념이나 명분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위기로 추락할 수도 있는 벼랑 끝에 와 있다. 최악의 역성장과 경제 파괴를 피하려면 기업 투자와 소비를 살릴 수 있도록 경제정책 운용의 대전환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