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풍요의 역설’…15년후 세계GDP 두배, 경제불평등은 심화

2020-08-31 14:17

[게티이미지뱅크]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로 꼽힌 AI 기술에 전 세계가 주목하던 가운데,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사회는 인공지능(AI) 개발이 속도를 내는 계기를 만들었다. 세계 경제성장이 주춤하면서 아직은 AI에 대한 ‘파괴적 변화’보다 경제적 영향에 흥분하는 모양새다. 각국의 예산도 AI 개발에 쏠리고 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이론적으로 AI 솔루션은 생산력 폭증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는 기업 간·계층 간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풍요의 역설’을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영향권에 가장 근접한 부문은 중소기업과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다. AI 기술개발에 집중하는 건 중요하지만, 국내 근로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대상 기술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엑센추어(Accenture)는 AI가 2035년까지 연간 세계경제성장률을 두배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맥킨지(McKinsey)는 2030년까지 전 세계 GDP를 13조 달러(약 1경5000조원) 증가시킬 것으로 내다봤고,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같은 기간 글로벌 GDP가 14%(15조7000억 달러·약 1경900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엑센추어는 노동생산성이 40%까지 향상되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가상 작업자’의 탄생을 예고했다. PwC 역시 일상적인 작업의 자동화로 생산성 향상을 전망했다. 맥킨지는 향후 5년 후 기업의 70%가 한 가지 이상의 AI 기술을 채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AI가 불러올 경제·사회적 파괴력은 제조와 기업·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관련 보고서에서 AI의 사용이 “다중기계시스템 최적화부터 산업연구 강화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산업활동에 적용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예측불가능한 산업을 창출하는 ‘과학적 돌파’를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맥킨지는 “AI가 대규모 조직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한편, 소규모 기업과 개인조차 현재 대기업이 수행하는 프로젝트 작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구조에서 중소기업이 사라진 이른바 ‘바벨(Barbell) 모양의 경제’ 출현을 점친 것이다.

AI의 급속한 발달에 따른 ‘바벨(Barbell) 모양의 경제’는 당장 노동시장의 재정립으로 나타난다. 사라지는 일자리와 새로운 일자리의 충돌이다. 유럽연합(EU) 싱크탱크인 브루겔(Bruegel)은 EU 일자리의 54%가 20년 내 사라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 부문별로 상당한 인력이동이 발생하고, 직업의 성격·내용이 변하며, 재숙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임금 직업은 대체되지만, 비반복적 인지 기술이 필요한 직업은 수요가 높아진다. 이는 고숙련 근로자에 대한 수요 증가로 임금이 급등하고, 다른 많은 근로자는 임금압박이나 실업에 직면하는 결과를 낳는다. ‘중급 근로자’까지 임금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게 브루겔의 예상이다. 노동소득이 줄어들면 소비가 정체돼 성장을 제한하고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러한 흐름은 ‘대-중-소기업’에도 적용된다. AI가 생산성 향상과 경제성장을 이끌지만, 불평등은 심화하는 ‘풍요의 역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근로자를 대상으로 교육·업무 관련 기술의 개발이 요구된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AI 등 관련 기본교육과정을 확충해야 한다”며 “최근 대·중소기업 간 디지털 격차가 심화하고 있는데, 중소기업 기술역량을 제고하고 대·중소기업 협력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중소기업 내 AI 관련 인력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스톡옵션 같은 보상체계를 확립하고, 병역특례 등의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