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동시다발·깜깜이, 한층 더 심각해진 코로나
2020-08-27 22:51
목욕탕·찜질방 등서 소규모 집단감염 발생…깜깜이 확진자도 늘어
거리두기 3단계 임박…2단계 경과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거리두기 3단계 임박…2단계 경과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한 이번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을 어렵게 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동시다발적인 집단감염이 전국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1차 대유행을 불러왔던 신천지 대구교회는 한 개 집단을 중심으로 확산을 불러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규모 집단감염이 대다수라 그만큼 추적이 어려워 추가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방역당국 역시 소규모 집단 감염이 계속 이어지면 재확산 고리를 끊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목욕탕·찜질방 관련 소규모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 사상구와 부산진구의 사우나와 목욕탕에서 코로나19 확진자 14명이 나와 인근 주민들이 감염의 공포에 떨고 있다.
27일 부산시에 따르면 전날까지 부산에서 사우나와 목욕탕을 이용하고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만 총 14명에 이른다.
경기 하남시에서는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50대 남성이 나흘간 관내 찜질방에서 잠을 잔 것으로 드러나 지역사회가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 남성은 15일 광화문 광복절 집회에 다녀왔고, 확진 판정이 나오기 전까지 나흘간 하남시에 위치한 찜질방에서 머물렀다.
방역 당국은 남성이 머문 21~24일 사이에 찜질방과 남탕을 이용한 손님과 종업원 등 474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여 접촉자로 분류한 96명은 자가격리 조치했으며, 나머지 88명은 문자 발송 등을 통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자가 격리된 96명 중 의심 증상을 호소한 12명에 대한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지만 관련 확진자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도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감염경로를 알 수 없어 ‘조사 중’인 환자가 10명당 3명 이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새로 확인된 신규 확진자 441명 중 30%가 넘는 이들이 깜깜이 환자라는 것이다.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확진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로 26일 0시까지 비율은 18.6%였다. 이달 초까지는 한 자릿수인 5.9∼9.4% 수준이었다.
권 부본부장은 “환자 발생 지역이 수도권 외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고, 실제 확산세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이제는 코로나19 환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역망을 넘어선 소규모 집단감염, 깜깜이 환자가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대응 수준을 강화해야 일일 발생 400명이 넘어선 확산세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7일 신규 확진자가) 400명대로 나왔으나 사실상 이것보다 훨씬 많은 확진자가 곳곳에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에 한해서 나오는 수치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3단계 격상을 고심하는 이유가) 경제 때문이라고 하지만 방역에 실패하고 난 뒤에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면서 “신천지 유행 당시 2~3월을 잘 넘겼기 때문에 4~5월 소비가 진작된 경향이 있다. 지금 막지 못하면 오히려 추후 경제 등을 고려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3단계 격상을 준비하되 2단계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단계 거리두기가 잘 지켜졌다면 폭발적 유행으로 가지 않을 수 있다”면서 “3단계 격상 기준으로, 역학조사를 못할 정도로 방역 인력이 부족할 때와 중환자 병상이 부족할 때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지자체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병상 확보”라며 “지금도 코로나 확진자가 많다고 하지만 솔직히 겨우 몇 백명인 상황이다. 문제는 몇 백명으로도 병상이 없다고 다급해하는 현 상황인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