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나라곳간 채울 묘안 찾아야 할 때
2020-08-26 00:05
증세 없는 복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공약이다. 기존 재원으로 복지국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상황은 2017년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경기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경기는 '이중침체'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기록적인 장마와 홍수 피해 역시 경제에 부담만 안겼다.
정부가 꺼내든 위기 돌파 카드는 재정 투입이다. 올해에만 60조원에 달하는 1~3차 추가경정예산을 시장에 풀었다. 수출 실적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긴금재난지원금을 통해 국민의 수입을 보전하면서 내수라도 활성화하려는 조치다.
정부 지원금을 통해 그나마 소비는 되살아나는 듯했으나 코로나19의 재확산이 발목을 잡았다. 이런 상황에 정부와 여당은 또다시 재정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4차 추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으며, 내년 세출 예산 규모 역시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재정 여력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투입되는 재정이 끊이질 않다 보니 국채 발행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4차 추경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올해 기정예산으로 남아 있는 재해대책 등 관련 예산 4000억원, 일반·목적 예비비 2조6000억원 중 1조5000억원, 재해 대비 국고채무부담행위 한도액 1조3000억원 등을 우선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4차 추경편성에 대해 추후 판단으로 남겨놓은 것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재정 여력이 바탕이 돼야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뒤따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바닥을 드러낼 나라 곳간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앞선 1~3차 추경 책정을 통해 올해 재정 적자는 111조5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가 채무도 110조6000억원 늘어 현재 채무 규모는 839조4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3.5%로 지난해 38.1%보다도 대폭 오른 규모다.
더구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시계가 1000조원에 도달하는 시점은 2023년 중반께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1년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이기도 한다.
나라 곳간의 상태가 더욱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당장 쓸 돈에 대한 재정 마련안을 찾기도 바쁠 테지만, 재정 여력을 키울 방안도 함께 찾아야 할 형편이다.
재정 여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은 국채 발행과 과세다. 이미 국채 발행이 진행된 상황이어서 세금을 거두는 방법이 또 다른 방법이지만, 정부는 '증세 없는' 공약 앞에 과세 방안을 찾는 게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니다.
앞서 지난달 '2020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자리에서 홍남기 부총리는 "더하고 빼면 세수중립이어서 증세는 아니다"라고 못 박기도 했다.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에 초점을 맞춰 '부자 증세안'이라는 지적도 함께 받았으나, 이마저도 당장 재정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재정 여력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보편증세를 대안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재정을 끌어올 곳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예외 없이 납부할 수 있는 세금인 소비세(부가가치세)를 올리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지지율에 일희일비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보편증세안을 꺼내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빚을 낼 수도 없다. 앞으로의 표 계산보다는 나라에 대한 걱정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으면 위기를 헤쳐나갈 수가 없다. 누구에게 어떻게, 얼마나 부담할지부터 터놓고 논의해야 한다.
물론 공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더라도 변화한 현실에 맞지 않는 공약을 뿌리치는 것은 묘수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되는 경제 앞에서 더 이상 주저하다간 때를 놓칠 수도 있다. 이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