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코로나, NO 마스크" 유럽인의 시위, 그들은 왜 거부할까
2020-08-22 01:56
'NO 코로나, NO 마스크' '마스크를 쓰지 않을 자유를 달라'
유럽 곳곳에서 시민들이 외치는 시위 구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심신이 지친 이들이 거리로 나와 바이러스 자체를 부인하거나 마스크 착용에 대한 정부의 대책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페인은 코로나 전염이 가장 심각한 나라 중 한 곳이다. 20일 오후 2시 기준 스페인 신규 확진자는 6671명으로, 누적 확진자 수는 총 37만 867명을 기록했다. 사망률이 7.8%(2만 8797명)에 달한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스페인 정부는 지난 5월 초부터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그럼에도 확진자 수가 잦아들지 않자 지난 18일 재확산을 막기 위해 나이트클럽 등 일부 시설을 임시 폐쇄키로 했으며, 타인과 2m 거리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길거리 흡연 또한 금지하는 새로운 규제를 발표했다.
지난 7월에는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 마스크 착용 반대 시위를 벌였다. 당시 영국 정부는 상점 마트 등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위반 시 약 15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반감을 가진 이들이 이들은 훼손된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나선 것.
현재 영국은 20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816명, 누적 확진자는 32만 명을 넘어섰다. 사망률은 12.9%(4만 1445명)에 달한다. 사망률만 보면 이탈리아(13.9%)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 밖에도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 곳곳에서 반(反) 마스크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인들은 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걸까. 이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때문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에서는 정치인들의 입장이 엇갈려 혼선을 빚었다. 지난 7월 공개 석상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온 보리스 존슨 총리는 상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틀 뒤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상점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오면서 혼란을 야기시켰다.
심리학자 셰인 G. 오웬스는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일관성 없는 권고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워 마스크 착용에 대한 반감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2~6월 국가별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을 조사한 결과, 아시아 국가는 싱가포르 92%, 말레이시아 89%, 대만 85% 등 착용률이 90%에 육박했다. 하지만 미국은 71%, 독일 64%, 영국 31%로 아시아 국가보다 현저히 낮았고, 북유럽 국가는 덴마크 3%, 스웨덴 4%, 노르웨이 5% 등 착용률이 극도로 낮았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서구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은 수치스럽고, 취약성의 상징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또 보건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초반 일상적 마스크 착용 효과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정치인들도 착용하지 않은 것에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