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양제츠 방한·美 해리스 면담까지…美·中과 동시다발 외교전

2020-08-19 00:00
한·중, '習 방한' 걸린 양제츠 中 정치국원 방한 일정 협의
국내 수도권 중심 코로나19 재확산 위기 외교변수로 등장
이인영 장관, 해리스 美대사 면담 자리서 한·미 공조 강조
19일 싱하이밍 中대사에게도 대북정책 추진 협조 구할 듯

미·중 갈등,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난제가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한국 정부가 중국, 미국을 향한 동시다발적 물밑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외교부는 한·중 관계 복원 신호탄이 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고, 통일부는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해 미·중 주요 인사와 접촉하고 있다.

18일 정부는 올해 한국 외교 최대 과제인 시 주석의 연내 방한 추진을 위해 중국 외교 사령탑 격인 양제츠(楊潔篪)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의 서울 방문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앞서 양 정치국원이 오는 20일 1박 2일 일정으로 서울을 방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교부는 양 정치국원의 예상 방한일을 이틀 앞둔 이날까지도 “양측이 지금 협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급속도로 확산된 것을 고려, 일정 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고, 한·중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층 발전시키고, 중국과 경제협력 확대를 통해 코로나19 경제난을 돌파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과 혈맹관계인 중국과 관계 개선으로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급속도로 얼어붙은 남북 관계 개선 해법을 찾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위기에 양 정치국원의 방한 일정이 연기되면 시 주석이 방한 일정 확정에도 차질이 생기게 되고, 이는 정부의 하반기 외교·대북정책 추진 제동으로도 이어지게 된다.

외교부 중심의 한·중 밀착 행보가 이뤄지는 사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미·중 주요 인사를 연이어 만나며 정부의 남북 교류협력 구상 추진 협조 요청에 나서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장관 취임 계기 상견례차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남북 교류협력 구상에 관해 설명하고, 한·미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워킹그룹이 남북 관계를 제약한다는 비판적 견해를 언급, 워킹그룹의 운영과 기능을 재조정한 ‘한·미워킹그룹 2.0 시대’를 함께 열어가자고 했다. 19일 오후에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와 면담할 예정이다.

한국이 대미·대중 외교전을 펼치는 가운데 북한은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당 전투력 강화를 논의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전원회의가 북한의 주요 노선과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최상위급 의사결정기구인 만큼 한반도 정세에 변화를 줄 대외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대북제재 장기화에 이어 코로나19, 홍수피해 등 이른바 ‘삼중고’에 시달리고, 당 창건 75주년(10월 10일)에 내세울 국정운영 성과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전원회의는 대내 정책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전략적 무기 강화, 정면돌파전 선포 등 대미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현재 북·미 관계가 제5차 전원회의 당시와 비교했을 때 특별히 변화한 것이 없어서 북한의 새로운 대미 정책도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남 메시지 역시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통적으로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대남 메시지를 거의 발신하지 않았고, 대남 문제를 내부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대남 메시지가 나오긴 힘들다”며 “이번 전원회의 소집은 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국정운영 성과를 찾으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홍 실장은 한·미연합훈련 실시와 관련 별도의 비난 담화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악수 대신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