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문화체육관광부 배제와 편애없는 공정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2020-08-13 19:59
유일한 한국공정여행업협회 협회장
‘적수역부(積水易腐).’
고인 물은 반드시 썩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한국여행업협회(KATA)를 둔 논란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말이다.
그 근원을 따져보면 문체부가 왜 KATA의 불공정한 코로나19 지원 사업, 이른바 ‘국내여행 조기예약 할인지원 상품 공모’에 100억원이나 되는 세금을 쏟아붓기로 했는지 드러난다.
일단 명목 자체는 그럴싸하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전국 2만개가 넘는 국내 여행사들을 돕자는 취지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국내 여행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신규 여행상품을 개발해 지원 사업에 응모하도록 한 후, 지원대상사업자로 선정된 여행사에 여행상품 가격의 20%(1인당 최대 6만원)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조목조목 따져보면 사실상 국내 여행사 전체 2.8%에 불과한 KATA 회원사 619개사만을 위한 나눠먹기식 사업이다. 실제 KATA 사업의 ‘지원대상여행사 응모자격 및 심사기준’은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관광 등 서울에 소재한 대형 여행사들이 100억원의 정부예산을 독점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짜였다. 이들 여행사는 KATA의 주요 자금줄이기도 하다.
먼저 응모 시 제출할 것을 명시한 서류 ‘우수여행사 선정 증빙자료’의 ‘우수여행사’는 KATA가 매년 회원사 가운데 뽑는 상을 뜻한다. 지원대상여행사 심사기준도 여행상품을 구성할 때 ‘지방소재 여행사와 협업’이 포함하면 가산점을 주게 돼 있다. 애초에 서울 소재 여행사 지원이 이번 사업의 메인이라는 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한 ‘여행자보험 가입 등 안전대비’ 항목에 10점의 점수를 배점했는데, 여행자보험은 여행사 총매출에 비례해 보험료와 보험금이 정해진다. 이 또한 대형 여행사들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준이라는 뜻이다.
공모 관련 설명회도 논란이 많다. KATA는 이번 공모의 설명회를 지난달 16일에 열었는데, 해당 공문을 각 지자체에 당일 아침에 보냈다. 뿐만 아니라 설명해 참가신청 마감기한을 전날인 15일 오후 3시로 명시했다. KATA 미리 알린 회원사를 제외하고는 이런 일정이 있는지 국내 대부분 여행사가 알지 못한 배경이다.
그렇다면 문체부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단순한 민간 사업자단체에 KATA에 이같이 불공정한 지원사업 설계와 진행에 관한 전권을 위임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문체부 등 정부 출신 요인이 퇴직 후 KATA의 요직으로 간다는 점을 의심하고 있다.
1991년에 설립된 KATA의 상근부회장은 현재까지 2대 박영준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문체부 등 정부 또는 공사 출신이다. 1대 상근부회장은 전 교통부 육운국장을 지낸 김동연 씨다. 2000년에 KATA의 3대 상근부회장직을 맡은 사람은 이경하 전 한국관광공사 진흥본부장이다. 2004년 KATA 4대 상근부회장으로 임명된 윤영귀 씨는 문화관광부 부이사관을 지낸 인물이다. 이어 2007년에는 문체부 산하 국립국악원의 국악진흥과장을 지낸 김진호 씨가 KATA의 5대 상근부회장으로 임명됐다. 2010년 KATA 6대 상근부회장에는 국립현대미술관 교육문화과장 등을 지낸 최무홍 씨가 선임됐다. 2014년 KATA 7대 상근부회장을 역임한 김안호 씨도 문체부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19년 임명된 KATA 8대 현재 상근부회장 백승필 씨도 문체부 감사관실 감사담당관 출신이다.
퇴임 문체부 임원에 KATA는 특별임명직인 상근부회장 자리를 주고, 문체부는 KATA에 정부 지원을 ‘올인’하는 구조라는 업계의 설이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갖는 이유다. 유독 문체부가 1991년 이후 각종 협회의 승인요청에도 불구, 여행업 관련 협회 설립을 승인하지 않고 있는 원인으로도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의 청산을 기치로 출범했다. 하지만 여행업계의 잘못된 관행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의 혈세가 필요한 곳에 쓰이지 못하고 이번 공모 사업처럼 썩은 물에 흘러들어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