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대·중소기업 모두 위협하는 상생법 개정안...재검토해야"
2020-08-13 13:17
정부의 '상생협력법 입법예고안'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을 확산시킬 소지가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달 9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상생협력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무부처인 중소기업벤처부에 전달했다고 13일 밝혔다.
입법예고안은 △기술자료 입증책임 전환 △기술자료 비밀유지협약 체결 의무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손해배상소송 자료제출명령권 신설 △손해액 산정·추정 근거 마련 등 기술유용 행위에 대한 제재와 처벌중심 제도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전경련은 기술자료 입증 책임의 전환과 분쟁조정 요청으로 중기부 직접제재가 가능해지면 수‧위탁기업간 갈등이 확산되고 기업 간 협력이 저해돼 기업의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에 상생법에 도입된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 의무는 과거 특허법에 도입될 때 정부 자료에 명기된 대로 입증책임 전환을 위한 제도다. 전경련은 상생법에서 보호하는 기술자료는 특허권처럼 명확하지도 않은 만큼 입증책임을 위탁기업에게만 떠넘기는 것은 기존의 법리와 상충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입법예고안이 통과될 경우 수탁기업의 입증부담이 완화된 탓에 위·수탁기업간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상생법에서 보호하는 기술자료는 특허권처럼 명확하지도 않은데다 비밀로 관리되어 권리를 주장하는 수탁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는데도 입증책임을 위탁기업으로 넘기는 것은 기존의 법리와 상충된다고 설명했다.
또 입법예고안이 통과되면 수탁기업의 입증부담이 완화되고 소송하기 편한 구조가 되어 위‧수탁기업이 상대방을 잠재적 분쟁대상으로 인식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통신내용 등 거래증빙자료를 기록 관리하는 등 불필요한 비용 발생 외에도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공동 기술개발 등 대·중소 협력관계가 위축되고 거래처를 오히려 해외업체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대·중소기업간 협력을 증진할 목적으로 제정된 상생협력법의 원래 취지와 상충될 뿐만 아니라 지나친 정부 개입으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입법사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한번 맺은 거래처를 자유롭게 변경하기 어려워져 계약자유가 훼손될 우려가 있고 기존 중소기업만 보호할 뿐 새로운 기업의 출현과 혁신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타법에도 이미 기술유용 규제가 다수 도입돼 있어 규제가 중복되고 동일 사안에 중복제재가 발생할 수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또 입법예고안은 수‧위탁거래 당사자가 분쟁조정을 신청할 경우 당사자가 합의에 이르기 전이라도 중기부가 직접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당사자가 시정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징역 1년 또는 벌금 5천만 원 등 직접 제재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경련은 분쟁조정이 당사자의 자발적 의지와 쌍방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조정권자의 시정명령에 대해 형벌권 등 강제성을 부여하고 있어 분쟁조정의 의미가 퇴색한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리고 당사자가 분쟁조정 결과에 따른 의무를 불이행했을 때 처벌이 아닌 공정위에 대한 신고접수로 조사절차가 시작되고 시정명령 불이행시 벌금형만 부과하는 하도급법과 비교할 때도 균형이 맞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관련 법령 개선을 촉구했다.
이밖에 전경련은 의견서에서 상생법이 조사시효와 처분시효를 규정하고 있지 않아 수십년전 과거 사건까지 당사자의 분쟁조정 요청이 있을 경우 시정명령과 중기부 처벌이 가능해 법적 안정성을 훼손한다고 보고 하도급법을 참고하여 법적 미비를 해소해 줄 것을 건의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입법예고안에 대해 “기술유용 문제는 다양한 연관 법령의 운용으로 해소할 수 있는 문제인 반면 입증책임 전환 등 새로운 제재 강화는 기업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위탁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이 일방적으로 높아지면 거래처 해외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