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계대출 7.6조 급증…역대 7월 중 최대폭 증가

2020-08-12 14:23
주택매매 증가·전셋값 상승에 수요 늘어
기업대출 역시 증가세…사상 최대치 경신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역대 7월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 매매에 불이 붙은 데다, 전셋값까지 큰 폭으로 오른 여파다. 기업대출 역시 다시 증가세를 키우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93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대비 7조6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한은이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7월 증가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이 중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4조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3조7000억원씩 각각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직전월(5조1000억원)보다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반면, 기타대출은 전월(3조1000억원)보다 더욱 가팔랐다. 기타대출 증가규모는 역대 7월 중 최대치다.

앞서 지난 6월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등 일회성 요인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더욱 거세진 셈이다.

여기에는 주택 자금 관련 수요가 몰린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집값 부담이 신용 대출로까지 전이된 양상을 보여, 이에 대한 우려가 크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주택 관련 자금 수요로 신용대출이 크게 확대됐다"며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직전 활발했던 아파트 거래에 따른 자금 수요가 시차를 두고 이어진 부분이 있고, 수도권 분양 물량이 대출자금 수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5월 6000호에서 6월 1만6000호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1만7000호에서 3만5000호로 늘었다.

전세자금 역시 대출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7월 전세자금 대출 증가액은 2조7000억원으로, 전월(2조5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전세보증금이 오르면서 전세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확대됐다”며 “최근 몇 년 새 7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임대차 3법’을 지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임차인 권리 강화 내용을 담은 해당 법 시행 전후로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의 '8월 1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20% 상승한 걸로 조사됐다. 2015년 10월 4주(0.20%) 이후 4년10개월 만에 최고치다 .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아직 (임대차 3법) 시행 초기인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전셋값이 지난해 말부터 강세를 보이면서 지속적으로 (전세자금 수요가) 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대출도 지난달 다시 크게 늘었다. 7월 기업대출은 955조1000억원으로 전달보다 8조4000억원 급증했다. 마찬가지로 7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액이다. 대기업 대출은 6월 3조4000억원 감소에서 7월 1조9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6월 4조9000억원에서 7월 6조4000억원으로 증가폭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