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포천 500대 기업 美 추월…덩치 커졌지만 저효율 심각

2020-08-11 14:52
중국 124개, 미국 121개 포함
30년만 처음으로 미국 앞질러
美 제재 화웨이 12계단 '껑충'
국유기업·전통제조 구조 여전
中기업 평균이익 美 절반 그쳐

[그래픽=이재호 기자 ]


포천 5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 수가 처음으로 미국을 추월했다.

30년 전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전무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양적으로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다만 경영 효율성이 낮은 국유 기업이 대부분인 탓에 영업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의 지표는 미국 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中 124개 VS 美 121개

1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올해 글로벌 500대 기업에 선정된 중국 기업(홍콩 포함)이 124개로 미국(121개)을 처음으로 앞섰다고 밝혔다.

포천 500대 기업이 처음 발표된 1990년에는 중국 기업이 전무했다가 1997년 4개 기업이 포함됐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12개로 늘었다.

이후 중국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에 힘입어 독일과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을 차례로 추월한 뒤 올해 미국까지 넘어섰다.

매출 기준 1위 기업은 미국 월마트였고 이어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과 국가전력공사(스테이트 그리드),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 등 국유 에너지 기업이 2~4위를 차지했다.

공상은행(24위)과 건설은행(30위), 농업은행(35위), 중국은행(43위) 등 국유 은행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500대 기업 중 인터넷 기업은 7개로 중국(4개)이 미국(3개)보다 많았다. 중국은 징둥·알리바바·텐센트·샤오미가, 미국은 아마존·알파벳(구글 모회사)·페이스북이 각각 명단에 포함됐다.

화웨이는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따른 위기에도 지난해 61위에서 올해 49위로 올라섰다.

올해 새로 선정된 기업은 상하이젠궁, 선전투자, 성훙, 산둥철강, 상하이제약, 광시투자, 중국핵공업, 중메이에너지 등 8곳이다.

중국 내 지역별로는 베이징에 본사를 둔 기업이 55개로 가장 많았고 광둥성(14개), 상하이(9개), 홍콩(7개), 푸젠·산둥·산시·저장성(5개) 등의 순이었다.

◆경영 효율성 美에 크게 뒤져 

중국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경영 효율성은 미국 등 선진국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5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의 업종별 분포는 광업·원유, 금속제품, 무역, 은행, 건축·토목 등의 순으로 많았다.

여전히 중후장대 산업 비중이 높은데다 대부분 국유 기업들이다. 반면 미국은 보험·식품·은행·바이오 등 금융과 서비스업 기업이 많았다.

이 같은 차이는 경영 지표 격차로 이어진다. 중국 기업의 평균 이익은 36억 달러로 미국(70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었다. 500대 기업의 평균 이익(41억 달러)에도 못 미쳤다.

중국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과 ROE는 각각 5.4%와 9.8%로 집계됐다. 미국은 각각 10.5%와 17%로 중국의 2배다.

국책사업 투자와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격차에 따른 수익)으로 쉽게 돈을 버는 국유 은행들이 이익을 과점하는 현상도 문제다.

5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은행 10곳이 전체 중국 기업이 거둔 이익의 44%를 차지했다. 비은행 기업의 평균 수익은 22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미국 기업 중 비은행 기업의 평균 이익은 63억 달러로 중국의 3배에 달했다.

한 중국 소식통은 "알리바바 등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유 기업과 전통 제조업이 중국 경제의 중심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며 "저효율 경영 구조를 개선하는게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