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지출 아껴 만든 ‘불황형 흑자’... 하반기 5G 투자 줄줄이

2020-08-09 13:09
마케팅 비용·5G 설비투자 줄어든 여파로 영업익 증가
이통3사 "5G 가입자 늘리고 B2B 집중...하반기도 영업익 유지"

왼쪽부터 구현모 KT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사진-아주경제DB]

올해 상반기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이 일제히 두 자릿수 상승했다. 다만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시장이 위축되며 가입자 유치 경쟁이 줄어 마케팅 비용을 아낀 결과다. 하반기 이통3사는 5G 전국망과 인빌딩 망 확충 등 대규모 설비투자와 함께 5G 가입자 유치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통3사는 비용은 절감하되 새 먹거리 사업을 통한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SK텔레콤 11.4%(3595억원), KT 18.6%(3418억원), LG유플러스 59.2%(2397억원)가 상승한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이동통신 업계는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는 스마트폰 시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돼 단말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어 발생한 '불황형 흑자' 결과로 보고 있다.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상반기는 스마트폰 시장상황이 악화되며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것이 실적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또한 상반기 실적성장에는 이동통신사의 전통 사업인 무선통신이 아닌 미디어, B2B(기업간 거래)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사업의 매출이 증가한 영향도 한몫했다. 코로나19 여파로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기반의 비대면 서비스와 클라우드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각 사별 영업이익 증가 원인으로 SK텔레콤은 미디어와 보안, 커머스와 같은 뉴비즈(New Biz) 사업 실적을 꼽았다. KT는 AI와 디지털 전환(DX) 부문 B2B 사업 매출 증가를, LG유플러스는 IPTV(인터넷TV)와 스마트홈 가입자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SK텔레콤 뉴비즈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13.4% 증가했으며, KT의 AI·DX 매출도 같은 기간 16% 증가했다. LG유플러스의 스마트홈 매출도 12.5%가 늘어났다.

이통3사는 하반기 실내 기지국 확충과 단독모드 상용화 등을 앞두고 있다. 상반기 중 코로나19로 5G 인프라 구축이 늦어진 상황이다보니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대규모 투자비용 지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윤경근 KT CFO는 "상반기 코로나19로 5G 망 구축에 차질이 생겨서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설비투자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초 제시한 설비투자 가이던스인 3조1000억원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투자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반기 이통업계는 안정적인 수입원 확보를 위해 가입자당매출(ARPU)이 높은 5G 가입자를 더욱 늘리는 한편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과 발맞춰 B2B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통3사는 지난해와 같은 과열 마케팅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윤풍영 SK텔레콤 CFO는 "시장 안정화를 꾀하려는 정부 의지도 확고해 지난해와 같은 경쟁적인 마케팅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며 "비용이 아닌 서비스를 중심으로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이혁주 CFO도 "당분간 LG유플러스의 성장 중심은 IDC와 기업 전용회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 방향은 우리의 사업영역과도 거의 겹친다"며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