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엿보기] ‘이런말에 이런뜻이?!’...깊이 있는 우리말 안내서
2020-08-06 17:02
박순열 지음 | 하나로애드컴| 352쪽
‘논어’·‘사기’ 등 고전 폭넓게 소개...날카로운 생각 담은 인문학 책
‘논어’·‘사기’ 등 고전 폭넓게 소개...날카로운 생각 담은 인문학 책
“억장이 무너진다.”
일상에서 정말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하지만 억장(億丈)이 뭐냐고 물으면 금방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억장은 본래 억장지성(億丈之城)의 줄임말이다. 성의 높이가 억장이 될 정도로 높은 성을 의미한다. 1장(丈)은 10척(尺)으로 약 3m이니 계산하면 억장은 약 3억m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 높은 성이다. 슬픔과 절망의 크기가 확실히 느껴졌다. 사호한 일에 함부로 쓰는 말이 아니다.
시인이자 한자·한문 전문지도사인 저자 박순열 씨는 오랜 직장 생활 중에도 열심히 공부한 성과를 담아 책 ‘이런 말에 이런 뜻이?!’을 발간했다.
저자는 우리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려면 한자의 뜻을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국립국어원 우리말샘과 한자어원사전을 근거로 해 우리말 단어 93개의 정확한 의미를 풀이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사전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말 중 일상어는 50.3%, 전문어는 72.9%가 한자어와 관련돼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사전식으로 단어의 어원과 뜻을 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논어’와 ‘사기’ 등 고전을 폭넓게 소개하고, 나아가 저자의 생각을 담은 인문학 책이다.
책 속에서 저자는 “권력(權力)에서 권자는 저울추를 말한다. 추는 저울에 다는 물건의 경중 즉 무게의 많고 적음에 따라 적정하게 위치를 정하는 것이다”고 전한다.
이어 그는 “물건을 10kg를 올려놓았는데 저울추를 20kg짜리를 올려놓으면 저울은 균형을 못 이루게 된다”며 “권력이란 상대방의 힘을 고려해 그에 맞게 그에 동등하게 같은 무게로 행사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권력이다”고 말했다.
개혁(改革)이라는 단어도 가슴에 와 닿았다. 지은이는 “가죽을 뜻하는 혁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며 “개혁은 단순히 고치는 데에 있지 않다. 가죽을 벗기면 흰 부분이 나타나듯 전과 확연히 다른 아주 새로운 부분이 나타나야 개혁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