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원스토어…'토종'에 목매는 SK텔레콤
2020-08-03 15:49
토종 OTT 사업자 간 연합 강조
원스토어, 구글 플레이 대항마로
원스토어, 구글 플레이 대항마로
SK텔레콤이 '토종'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웨이브를 중심으로 연합을 모색하고,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상대로는 원스토어가 더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업계엔 토종과 해외라는 이분법적 접근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SK텔레콤이 향후 자회사의 성공적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면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다는 동정도 나온다.
3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주문했다. 원스토어는 지난 2016년 6월 이통3사와 네이버 앱마켓이 통합해 출범됐다. 현재 SK텔레콤(최대주주)과 네이버가 각각 52.7%, 2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약 20%는 사모펀드 몫이다.
지난해 국내 앱마켓에서 구글 플레이는 매출액 기준 63.4%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애플 앱스토어는 24.4%, 원스토어는 11.2%에 그쳤다. 수치상 구글 플레이에 한참 못 미치는 게 사실이지만, 박 사장은 포기하지 않고 해외 사업자들과의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전략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스토어는 2018년 7월 모바일 앱마켓의 불문율로 통하던 수수료 30%를 20%로 낮추고, 개발사가 자체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수수료를 5%만 부과해왔다. 이 같은 전략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올 2분기 원스토어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상반기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관계자는 "현 수수료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라며 "토종 앱마켓으로서 상생의 가치를 바탕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토종과 해외를 나누는 건 무의미해 보인다"며 "지금은 콘텐츠 경쟁력에 더욱 신경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진출 일정이 불분명한 또 다른 OTT 공룡인 '디즈니플러스'라는 변수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사업자 간 연합 이후 디즈니플러스까지 제휴하면 시너지가 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도 대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박정호 사장이 SK브로드밴드, 11번가, 원스토어, 웨이브와 같은 자회사를 내년부터 상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분주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하며 업계 생태계를 주도하려고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코로나19 여파로 내년 이후로 미뤄진 자회사 상장 성과가 박 사장에게는 더없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