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달러 약세] 수출 비중 큰 한국 기업 타격…수익성 악화에 '고심'

2020-08-03 05:00
원·달러 환율 지난달 31일 1191.3원까지 급락
자동차·전자 등 수출 기업 가격 경쟁력 우려

국내 기업들이 원·달러 환율 하락세(원화 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 비중이 큰 만큼 환율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원화 강세로 자동차·전자·조선 등 국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반기 '환율 효과' 봤는데··· 원화 강세에 경쟁력 저하 우려

2일 산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 1191.3원(종가 기준)까지 하락해 지난 3월 고점(1285.7원)에 비해 7.34% 하락했다.

상반기 원화 약세의 우호적인 환율 환경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판매감소 영향을 일부 상쇄했던 국내 자동차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2분기 원화 약세로 환율효과가 각각 1873억원, 620억원 나타나 영업이익 하락 폭을 줄인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며 하반기를 예상할 수 없게 됐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현대차는 1200억원, 기아차는 800억원가량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는 해외 의존도가 높다.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물량 중 60%가량이 해외 수출 물량이고, 르노삼성차도 수출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한국지엠(GM)은 작년 국내에서 생산한 41만대 중 34만대(83%)를 해외로 수출했다.

또 미국의 자국 제조업 강화 움직임과 '엔저 효과'에 따른 일본업체들의 경쟁력 회복 흐름 역시 국내 자동차 기업들에 큰 위협 요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교역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 신흥국 경기 부진 등 부정적 요인들로 인해 하반기도 자동차 업계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내수 확대를 통해 경기 회복을 꾀하고,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들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자·조선·철강 환율 변동 예의주시

전자업체도 환율 변동에 민감하긴 마찬가지다. 증권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리면 삼성전자의 경우 2000억원의 손실이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품의 경우 달러로 거래를 하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환자산과 외화부채 등의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며 "달러화뿐 아니라 유로화, 엔화 등 다양한 통화 자산과 부채를 보유하고 있어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의 경우 선박대금의 결제가 주로 달러로 이뤄지다 보니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 매출은 물론 수익성이 하락한다. 이에 조선업계는 환율 변동에 대비해 결제 대금 상당부분을 환헤지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당초 하반기엔 코로나19가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며 선박 신규 발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철강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동향을 눈여겨보고 있다. 환율 하락으로 철광석과 철스크랩과 같은 원료수입액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공급과잉 상황이라 제품가를 조정함으로써 재고를 소진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