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재차관 "EU 경제회복기금, 재정동맹으로 가는 첫 걸음"

2020-07-28 09:25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최근 유럽연합이 합의한 경제회복기금에 대해 '국가간 양극화 문제를 푼 대담한 합의'라고 평가했다.

김 차관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조치는 통화동맹인 EU가 재정동맹으로 가는 첫 걸음을 내디딘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경제회복기금은 EU 27개 회원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회복하기 위해 조성한 7500억 유로(약 1천30조원) 규모의 기금을 가리킨다.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가 높은 신용등급을 이용해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코로나19 피해가 큰 회원국에 지원한다.

김 차관은 "개미와 베짱이 우화처럼 독일과 같은 경상수지 흑자국 국민은 남유럽 등 적자국에 무상 지원하는 정치적 합의안을 반대해왔는데 이번에 그 터부(taboo)가 깨졌다"면서 "달러에 비해 기축통화로서 위상이 한참 못 미쳤던 유로화의 가치가 고공행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차관은 이 문제가 기업소득과 임금소득 간 격차 문제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소득과 임금소득 간 격차에 고착화된 구조적 요인이 있으니 기업 부문이 어느 정도 부담해 그 재원으로 임금근로자를 돕자는 합의는 한 국가 내에서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실물경기의 대위축에 맞서 각국이 재정과 통화 양쪽에서 쏟아낸 돈이 넘쳐 흐르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장기금리 하락추세는 더욱 가파르다"면서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 일부까지 마이너스 금리시대가 그다지 멀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동성은 넘치고 금리는 낮은데 실물경기가 위축돼 투자할 곳이 부족해 금, 부동산, 주식 등 각종 자산가격의 상승 흐름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미약한 성장이 팬데믹 충격으로 더 가물가물해지면 디플레이션 압력은 강화된다"며 "코로나19로 사라진 성장을 되살리자는 목소리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며 다만 이번엔 인프라 투자 대신 대규모 그린 뉴딜 프로젝트가 더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