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가계약 판례 소개
2020-08-29 09:00
울산지법 2016. 11. 17. 선고 2016나868 판결 등
필자는 전편에서 가계약금을 돌려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가계약과 가계약금에 대한 해석을 통해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오늘은 가계약에 대한 판례들과 일반인들이 오해하는 판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울산지방법원 2016. 11. 17. 선고 2016나868 판결 [부당이득금 반환 등]
이 사건은 매수인이 매도인과 목적부동산에 관하여 매매대금을 8억 3,500만원으로 정하여 그 다음날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함과 동시에 가계약금 1,000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정작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날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후에 소송으로 이미 지급한 가계약금 1,000만 원의 반환을 구한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민법 제565조 제1항의 해약금 규정을 근거로 매수인이 가계약을 체결하면서 매도인에게 송금한 1,000만 원은 가계약의 계약금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교부자인 매수인은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인 매도인은 그 배액을 상환하여 위 가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하여 매수인의 가계약금 반환청구를 부정하였다. 이 판결은 매수인이 지급한 가계약금 자체를 가계약의 계약금으로 보고 민법 제565조 제1항을 적용하여 매수인이 해제를 할 경우 이를 포기하여야 한다고 본 것이다.
2.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 12. 11. 선고 2018가소21928 판결 [보관금반환]
이 사건은 매수인과 매도인이 목적부동산에 관하여 매매대금 2억 7,000만원, 계약금은 매매대금의 10%, 가계약금은 300만원의 내용으로 가계약을 체결하고 매수인이 300만원의 가계약금을 지급하였는데, 이후 매수인이 스스로 본계약 체결을 포기한 후 가계약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이 사건 재판부는 위 1.의 판례와는 다르게 민법 제565조 제1항의 해약금 규정을 적용하여 가계약금의 반환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가계약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사합치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관한 해석을 통해 가계약을 매수인을 위한 장치라고 보고 본계약의 체결을 스스로 거부한 매수인이 가계약금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위 1. 판결과 이 사건 판결은 매수인이 본계약 체결을 포기하는 경우에는 가계약금을 포기하면 된다고 하는 점에서 같지만, 매도인이 본계약 체결을 포기하는 경우에는 1.의 판결은 민법 제565조 제1항의 해약금 규정이 적용되어 배액상환으로 해제가 가능하지만, 2.의 경우는 배액상환으로 해제가 가능할지 불분명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3.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 [손해배상(기)]
이외에도 가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하였다고 본 사례도 있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5다39594 판결 [소유권이전등기]). 이처럼 가계약은 그 사실관계마다 다르게 판단될 수 있고 일반인들이 가계약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므로, 만약 가계약에 대한 분쟁이 발생한다면 혼자 해결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자료들을 지참하여 변호사에게 방문상담을 받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