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엑소더스] ①中은 조이고 美는 때리고…"기업도 인재도 대안 모색"

2020-07-17 06:00
미국도 특혜 완전히 없애면서 국외 교류에도 장벽 생겨
지난해부터 이탈 움직임 생겨 …"자본 통제 우려도 급등"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홍콩은 이제 중국 본토와 똑같이 취급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의 특별대우를 박탈하는 행정명령과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과 관련된 중국 관리 제재 법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홍콩 주민의 미국 비자발급이 까다로워지는 것은 물론 각종 분야에서 홍콩이 가졌던 특혜들은 사라지게 됐다. 중국이 홍콩국가안전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면서 불거졌던 홍콩 엑소더스의 우려는 미국의 이번 조치로 더 가속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홍콩 정부 홈페이지]

홍콩보안법 후폭풍···아·태 금융허브 흔들린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홍콩의 지위를 더욱더 거세게 흔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홍콩 주민들은 중국 본토인보다 비교적 미국 비자 발급이 쉬웠다. 그러나 이제는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질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중국의 맞대응으로 미국인들의 입국 절차도 지금보다 훨씬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미국이 제공했던 세금, 교육, 치안,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과 교류 특혜는 모두 사라지게 된다.

홍콩의 기업 환경이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 보안법 통과 자체도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를 흔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사설을 통해 "성공적인 금융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풍부한 자본, 환전이 쉬운 통화, 낮은 세율, 그리고 훌륭한 기반시설이 고루 갖춰져야 한다.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법치 시스템,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언론의 자유가 필수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콩은 수십 년 동안 이 모든 것을 갖추면서 금융허브의 위치를 공고하게 했지만, 홍콩보안법 통과 이후 많은 것이 흔들리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외국 기업들은 더는 과거처럼 공정한 대접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면서 "중국 기업과의 분쟁이 생겼을 경우 공정한 판결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으며, 금융 전문가들도 중국의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적 보고서를 쓰기 쉽지 않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보안법이 현실화하고 미국까지 특별지위를 박탈하면서 홍콩 엑소더스는 이미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홍콩지사 인력의 3분의 1을 서울로 옮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NYT 외에 다른 글로벌 언론사들도 비슷한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외국 언론인에 대한 비자 발급이 쉽지 않아진 것이 인력의 이동을 빠르게 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홍콩 언론학자인 브루스 루이는 "'국제 금융 허브'로서 홍콩은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을 보장해 왔다"며 "비자 발급을 거부해 언론인의 활동을 막는 것은 홍콩의 상황이 악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다른 유력지인 WSJ과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필요할 경우 다른 지국으로 홍콩 인력을 옮길 가능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정치적 자유를 찾아 떠나는 전문직···"홍콩은 여전히 괜찮아"
홍콩보안법의 적용으로 떠나는 것은 외국인뿐만은 아니다. 홍콩 주민 중 교육과 생활 수준이 높은 전문직들의 이탈이 두드러진다는 보도도 나온다.

WP는 "홍콩 자유화 시위에 대한 탄압이 이어지던 지난해 하반기에 이민을 준비하기 위한 경찰 증명서 신청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80%가 늘었다"라면서 "정치적 자유가 위협 당하면서 변호사, 기업인 등 전문직들은 영국이나 대만, 캐나다 혹은 호주 등에서 거주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나섰다"고 전했다.

WP는 "홍콩 반환 당시에도 이른바 1차 엑소더스가 있었지만, 일국양제 체제가 제법 잘 운영되면서 돌아온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면서 "많은 이들이 홍콩은 더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며 영원히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날 결심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에도 불안한 움직임은 감지된다. 지난달 홍콩투자펀드협회(HKIFA)는 수많은 투자회사가 홍콩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해한다면서도 실제로 홍콩에서의 대규모 이탈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홍콩이 급성장하는 중국 투자시장의 관문이며, 선전을 비롯해 광저우, 주하이, 포산, 중산, 둥관, 후이저우, 장먼, 자오칭 등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하나로 묶어 거대 광역 경제권으로 조성하는 웨강아오 다완취 개발 계획(Greater Bay Area economic development initiative)에 거점 중 하나라는 것을 고려할 때 향후 세계로부터 더 많은 인력을 끌어모을 수 있으며, 향후 주요 투자운용 허브 중 하나로 남아있으리라 전망했다.

반면 지난달 FT는 "헤지펀들들은 보안법으로 정보 접근이 제한되며, 결과적으로 금융규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 탓에 싱가포르 등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간섭이 심해지면, 자본의 이동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국외 금융기업들 사이에 팽배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