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분석] 날개 꺾인 윤석열, 다시 날 수 있을까
2020-07-10 13:45
추 장관 지휘대로 '채널A사건 수사 지휘권' 상실
지휘 위법·부당성 논란에도 불구, 추 장관 법리 따라
윤 총장, 향후 장관 개입에 '결기' 보여 줄지가 관건
지휘 위법·부당성 논란에도 불구, 추 장관 법리 따라
윤 총장, 향후 장관 개입에 '결기' 보여 줄지가 관건
대검찰청은 9일 채널A기자 사건 수사를 서울중앙지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도록 지휘했다. 대검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지휘에 따라 윤석열 총장은 이 사건 수사 지휘권을 잃어 이같이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간의 갈등은 추 장관의 ‘승리’로 끝났다.
대검은 윤 총장이 추 장관 지휘를 수용한 것도, 수용하지 않은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지휘권을 행사한 이상 그 지휘권은 곧바로 효력을 발생하기 때문에 윤 총장이 지휘권을 자동적으로 상실한 것일 뿐 장관 지휘를 수용해서 상실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법리적 설명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론 윤 총장이 추 장관 지휘에 ‘백기 항복’한 셈이다.
이번 일은 법무부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내세워 검찰총장을 장악하는 전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추 장관은 앞으로 사사건건 윤 총장에게 제동을 걸고 나올 가능성이크다. 윤 총장으로선 날개가 꺾인 셈이다. 이제 관심은 윤 총장이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날개를 다시 펼 수 있을 것이냐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당초의 결기를 갖고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서 검찰을 지휘할 수 있을 것이냐다. 이는 검찰이 다시 정권의 시녀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어떻게 해서든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지켜 나갈 것이냐를 가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추 장관은 이 건의를 단번에 거부했다. 추 장관은 ‘‘총장의 건의 사항은 사실상 기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장관의 지시를 문언대로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하는 현 수사팀에 수사를 모두 맡기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9일 오전 10시까지 (지휘권 수용에 관한) 총장 입장을 밝히라’고 최후 통첩했다. 이성윤 지검장은 조국 전 장관 자녀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떼 준 혐의를 받는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와 관련해 윤 총장과 대립했던 인물이다. 최 전 비서관을 기소하라는 윤 총자 지시를 세 번이나 거부했었다.
추 장관의 최후 통첩에 대해 윤 총장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예측됐다. 하나는 소극적 대응이고, 또 하나는 적극적 대응이다. 소극적 대응이란 법무부 장관의 총장 지휘권 해석에 대해 추 장관이 내세운 법리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다. 적극적 대응이란 법리를 추 장관과 다른 관점에서 제시하며 대응하는 것이다. 어떤 대응이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윤 총장은 소극적 대응을 했다.
반대로 윤 총장이 적극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고검장과 지방검사장 회의 결론대로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배제하는 지시를 하는 것은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12조에 어긋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대응하는 것이다. 윤 총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장관의 위법 부당한 지휘대로 하면 법무부장관이 사사건건 검찰총장 지휘권을 배제하는 지시를 내릴 수 있게 되고 그러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은 무너진다”면서 장관 지휘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는 것이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명령 불복종으로 감찰하고 직무정지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그 경우 윤 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위법 부당한 지휘를 막기 위해서라면 감찰과 직무정지는 물론이고 검찰총장 해임도 감수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었다.
윤 총장이 이런 대응을 했더라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은 훨썬 더 격렬해지고 정국은 초긴장 상태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국민 여론도 윤 총장이 제대로 된 검찰을 만들기 위해 자기 희생을 감수했다고 지지하는 사람과 윤 총장이 자기 욕심을 차리기 위해 정치적 행위를 했다고 비판하는 사람으로 나눠져 뜨거운 논란을 벌였을 것이다. 윤 총장이 자신의 행위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윤 총장에 대한 국민 지지는 높아졌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추 장관이 후퇴할 수도 있다. 정반대로 정권이 정면대결로 나와 윤 총장을 해임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윤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권력에 맞선 인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런 엄청난 파동을 겪고 나면 윤 총장이 자리에 있든 해임돼 물러나든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단순 하급자처럼 대하며 쉽게 지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윤 총장은 법률적 대응을 선택했다. 그 결과 윤 총장은 검찰 내 리더십과 권위가 흔들릴 위험에 처했다. 반면 추 장관은 검찰을 완전 장악할 여건을 마련했다. 윤 총장은 날개가 꺾였다. 꺾인 날개를 다시 펼 수 있을까. 그것은 윤 총장에게 달렸다. 앞으로 추 장관이 현 정권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사건 수사에서 또 위법 부당 논란이 생기는 수사 지휘권을 행사할 경우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문제다. 대응 방법에 따라 윤 총장은 날개를 다시 펼 수도 있고 영원히 날개가 꺾여 날지 못하는 새가 될 수도 있다.
윤 총장이 감찰, 직무정지, 해임을 감수하고 ‘위법 부당한 지시는 따를 수 없다’고 결연하게 나온다면 다시 날개짓을 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정권 눈치를 보는 일부 검사들을 다잡고 리더십과 권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스스로 무너지듯 나오면 윤 총장은 끝내 식물 총장이 되고 말 것이다. 정권 눈치를 보는 검사들은 더욱 노골적으로 윤 총장 지휘를 무시할 것이다. 윤 총장은 유명무실한 총장이 될 것이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검찰의 신뢰가 굳건해 질 수도 있고 땅에 곤두박질 쳐칠 수도 있다. 윤 총장의 앞으로의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