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번엔 총장이 틀렸다”... 커지는 검찰내부 반발

2020-07-09 16:14
"회의에서 세게 들이 받았다"는 검사장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이 검찰 내부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수도권의 한 일선 지검장은 7일 법조계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번엔 윤석열 총장이 틀렸다. 장관이 맞다”라고 말했다. 그는 '윤 총장이 한동훈을 감싸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더이상 검찰 조직에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검사장은 지난 7일 여러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총장의 최측근 인사에 대한 수사에 총장이 개입하면 누가 공정하다고 보겠나’라면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불가피 했다’고 말했다.

이 검사장은 지난 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사장 회의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최근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일선 검사들은 물론 최고위층에서도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열린 검사장 회의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의 지휘가 위법하다는 검사장들의 공통된 견해'가 있었다는 대검찰청의 발표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던 것. '제3의 특임검사' 지명방안과 관련해서도 적지않은 공방이 있었다. 

한 검사장은 회의석상에서 이른바 '윤석열 라인'의 검사장들이 목청을 높이자 "어린애들처럼 왜 이러나"고 핀잔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윤석열 라인'의 검사장들과 언쟁이 오갔다는 전언도 있다. 

우회적으로 윤 총장을 비판한 검사장의 존재도 확인됐다. 복수의 검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검사장 회의가 끝난 뒤 “오늘 세게 들이받았다”며 격해진 감정을 토로했다. 

검찰청 안팎에서는 '검사들이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졌다'는 말도 떠돈다. 이른바 '윤석열 라인'과 '반 윤석열', 불만이 있지만 침묵하는 '제3세력' 등이다. 

한편 9일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실상 장관의 지시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용' 이나 '복명' 등 지시를 이행하겠다는 뜻이 담긴 단어는 단 한자도 사용하지 않았다. 장관의 지시는 '형성권'이기 때문에 수용여부와 상관없이 효력이 발생하며 그런 뜻을 서울중앙지검에도 통보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총장이 지휘권을 박탈당했다'거나 '2013년 국정원 수사 때에도 직무배제를 당했다', '심지어 특별수사단 제안을 법무부가 먼저 해놓고 막상 받아들이니 거부했다'는 등의 주장을 반복하는 등 불만을 쏟아냈다.

사실상 법무부와 장관을 상대로 '여론전'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중앙지검 수사팀의 심정과 다르지 않다"면서 "(그것을)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말라"고 즉각 되받아쳤다. 

특별수사단 역시 '대검 측의 요청으로 법무부 실무진이 검토했으나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다'면서 윤 총장의 항변을 일축하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건의한 독립수사본부 구성안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거부한 가운데 9일 오전 윤 총장이 탑승한 차량이 대검찰청 지하주차장으로 향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