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대책 내놓겠다는 정부....그린벨트 규제 푸나
2020-07-05 15:35
환경보호 논리에 번번히 막혀..."일부 해제하면 서울서만 27만가구 공급 가능"
6·17 대책까지 수요억제를 중심으로 한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불안이 지속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공급 대책을 마련키로 한 가운데, 그린벨트 활용 여부에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번번이 가로막힌 그린벨트 개발 없이는 수도권에 공급할 택지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도 서울 그린벨트에서 27만 가구에 달하는 공급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1번의 부동산 대책, 내성만 키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전에는 서울 집값이 비싸면 가진 돈에 맞춰 경기도로 가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6·17 대책의 범위가 경기도 대부분을 포함하면서 집 사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추가 보완책이 나오더라도 시장에서는 큰 기대치가 없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규제를 하면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한쪽을 누르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쪽으로 자금이 움직이고, 모든 지역을 묶으면 강남 3구와 '마용성' 같은 핵심지로 자금이 쏠리게 된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수요자들은 6·17 대책에서 제외된 김포·파주 등 비규제지역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수천만원씩 가격이 올랐는데 이제 와서 이들 지역을 규제한다는 방식은 정책 신뢰도만 떨어뜨릴 뿐"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직접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주문하면서 일단 종부세법의 개정안은 기정사실화됐다.
개정안의 골자는 다주택자의 세율 강화와 세(稅)부담 상한선 확대다. 현행 0.6~3.2%의 세율을 0.8~5.2%까지 올리고, 세 부담 상한선을 200%에서 300%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세 부담을 강화할 수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싱가포르나 캐나다, 유럽에서는 취득세율을 높여 주택 구입 자체를 힘들게 한다"며 "취득세율을 높이면 수익률이 크게 떨어져 곧바로 정책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무주택자에게는 세 부담을 완화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생애 최초 구입자에 대해 세 부담 완화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생애 첫 주택 취득자들의 디딤돌 대출 기준 완화, 취득세 감면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도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는 취득세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일 팀장은 무주택자를 위한 금융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무조건 고가주택은 안 된다는 접근 방식은 힘들다"면서 "일정 범위 안에서 주택을 구입하면 가액과 무관하게 금융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해답은 공급 대책··· 그린벨트? 재개발·재건축?
공급대책 관련해서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파격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이광수 연구위원은 "그린벨트 중 25% 정도는 3등급 이하"라며 "이 지역의 용적률을 완화할 경우 서울 중심지에서만 27만 가구를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서울 시내 19개 자치구의 그린벨트 규모는 149.13㎢다.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고 강서구(18.92㎢), 노원구(15.91㎢), 은평구(15.21㎢) 순이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도심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권일 팀장은 "그린벨트를 부동산 공급대책의 마지노선으로 본다면 재개발·재건축에 손을 대지 않고는 서울 공급 문제를 해결할 답이 없다"며 "재개발·재건축 비중이 많은 해에는 공급의 70%, 적어도 50~6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교수도 "그린벨트 지역은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이나 도심 녹지공간 보존 측면에서 볼 때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재개발·재건축밖에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