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부동산정책, 신뢰가 우선
2020-07-05 14:00
문재인 대통령의 여론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부동산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이 많다. 우선 현실적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졌다. 이어 청와대 참모들 중 다주택자가 많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민들에게 부동산은 민감한 이슈다. 아무리 해도 도달할 수 없는 아득한 절망감 때문이다. 어떤 정치인은 “국민들이 짜증내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분노하고 있다.
평생을 저축해도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아마 대부분은 분노를 넘어 암담함을 느낄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정의와 공정을 입에 올리는 건 사치다. 자산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은 고질화된 지 오래다. 경실련이 발표한 부동산 실태 보고서에는 이런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청와대 참모부터 국회의원, 단체장까지 누구도 부동산 열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은 최근 2~3년 만에 아파트로 3억원에서 최고 10억원까지 수익을 올렸다. 국민들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스카이캐슬이 존재하는 셈이다. 누군가에겐 로또, 누군가에게는 슬픔이 된 오늘이다.
경실련 발표에 의하면 최근 3년 동안 서울지역 아파트는 50%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14%보다 3배 높다. 강남 7억원, 서울시 평균 3억원 뛰었다. 공교롭게 이 기간 동안 청와대 참모들도 톡톡히 재미를 봤다. 전·현직 정책실장 세 명은 아파트 가격이 5억~10억원씩 올랐다. 전임 총리 아파트도 22억원으로 10억원 늘었다. 청와대 참모 전체로 넓히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재산 공개 대상 전‧현직 청와대 참모는 65명. 이들이 소유한 아파트 역시 2017년 8억2000만 원에서 2019년 11억4000만원으로 평균 3억원 올랐다.
오늘날 신분제도는 없지만 신분사회는 더욱 공고해졌다. 여간해서 깨지지 않고 대물림까지 한다. 부동산과 아파트가 기저에 있다. 땅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해체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가 조선시대 대동법이다. 당시 대동법은 기득권층에게 위협이었다. 땅을 소유한 만큼 세금을 납부토록 했다. 당연히 땅 많은 양반지주와 아전들이 반발했다. 결국 전국 시행까지 꼬박 100년 걸렸다. 광해군 즉위년(1608)에 도입돼 숙종 34년(1708)에야 전국으로 확대됐다. 긴 세월 동안 그들은 집요하게 발목을 잡았다. 대동법에 정치 생명을 건 영의정 김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와 여당이 후속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시장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핵심을 파고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교육과 좋은 일자리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해결책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대학을 지방으로 내려 보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면 된다. 지방에 살아도 교육에 문제가 없고 좋은 일자리가 있다면 굳이 수도권으로 몰릴 이유가 없다. 덧붙여 수도권에 대규모 추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집값 안정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발업자와 투기꾼에게 끊임없이 먹잇감을 공급할 뿐이다. 교육과 일자리를 중심으로 부동산 정책을 고민하는 게 보다 효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