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문맹 고령층을 지켜라] ① 늘어나는 자산만큼 피해도 증가

2020-07-03 08:00
미국 SEC 투자사기 조사 건수 매년 15%씩 증가

금융 지식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층이 복잡한 금융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영국 금융행위감시국(FCA)은 고령자를 가장 취약한 금융소비자 계층으로 분류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지·판단 능력 저하, 강한 자기과신, 사회적 고독 등으로 인해 고령자는 다른 계층보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금융착취, 금융사기에 더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감원의 자료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자펀드 173개에 가입한 전체 개인투자자 중 60대 이상의 계좌는 1857개로 집계됐다.

고령 금융소비자가 고위험의 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는 사례는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영국, 미국, 일본 등에서 모두 고령자의 피해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성복 위원은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은 2014년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투자사기 관련 조사 건수가 매년 15%씩 증가하고 있다"며 "2016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의 51%가 70세 이상 고령자이며 79.9%가 부부 또는 1인 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영국도 55세 이상 고령자의 26%가 비규제 투자상품에 투자했으며 사기를 당한 27%는 미인가 업체를 통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 대상 금융사기 피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고령자들이 보유하는 금융자산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2013년 악사 웰스 서비스가 2010년 9월부터 2012년 4월까지 2만6000명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3만7000개의 금융투자상품을 부적합한 투자자문을 통해 판매한 이유로 1800만파운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영국은 투자사기 피해자의 66.4%가 65세 이상일 정도로 고령자의 피해 비중이 높은 국가다.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60세 이상 고령자인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 60대의 금융자산 비중은 2012년 12.4%에서 2019년 22%로 상승했다. 70세 이상 가구에서도 금융자산의 비중이 2012년 7%에서 2019년에는 10.8%로 늘어났다.

고령 금융소비자의 또다른 문제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다. 대면 채널이 감소하고 디지털 금융이 확산하면서 고령자의 금융소외는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드 상황이 심각해지면 사회적으로 고립된 고령의 금융소비자가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 제때 도움을 받기 어려워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