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새 진원지 중남미, 100년래 최악의 불황 전망

2020-07-02 14:27
세계은행, 올해 중남미 경제 7.2% 역성장 전망

중남미가 올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100년만의 최악의 불황에 빠질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난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 시내 시장의 모습 [사진=AP·연합뉴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1일(현지시간) 중남미 경제성장률이 올해 7.2% 쪼그라들면서 100년 만의 최악의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1920년대 대공황, 1980년대 부채위기, 2008년 금융위기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충격이 더 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수요 침체로 중남미 국가들의 주력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관광업이 얼어붙으면서 이 지역 경제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뉴욕시 소재 비영리단체 카운슬오브더아메리카(COA)의 웹캐스트를 통해 밝혔다.

그는 "질병, 일자리와 수입 상실, 식료품 공급망 붕괴, 휴교, 해외 송금 유입 감소는 가난하고 취약한 곳에 가장 큰 충격을 날렸다"면서 "수천만 명이 당장 수입이 끊기면서 2000년대 초반 이후 떨어지던 빈곤율은 다시 급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남미 지역 대부분에선 코로나19가 확실히 잡히기 전에 빈곤층의 반발과 경제 마비 우려로 봉쇄령이 조기 완화되면서 감염 확산세가 악화하는 모양새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1일 기준 세계 10대 감염국 가운데 중남미가 4곳이나 된다. 브라질이 누적 확진자 144만8753명으로 미국에 이어 2위고, 페루와 칠레가 각각 약 29만명, 28만명으로 6위와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멕시코는 23만명으로 10위다.

코로나19 재확산은 다시 경제를 발목 잡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3~5월 780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칠레 실업률도 5월 11.2%까지 뛰면서 201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전 경제 성장률이나 발전 지수에서 중남미 평균을 종종 웃돌던 콜롬비아도 5월엔 실업률이 21.4%를 기록, 전년 대비 2배나 높아졌다.

게다가 선진국이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에 대응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내는 데 반해 재정적 여유가 없는 중남미 개도국들은 충분한 지원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경제난으로 인해 사회적 불만이 높아지면서 정치 시스템 역시 중대한 도전과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맬패스 총재의 지적이다.

지난해에도 칠레, 볼리비아, 에콰도르, 아이티,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각지에서는 민생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볼리비아에서는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14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맬패스 총재는 중남미 경제 구조가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것이라며, 역내 국가들은 기업들이 몰락할 경우 자본이 구산업에서 신산업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허용하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빈곤 퇴치와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목표로 출범한 세계은행은 현재 국제통화기금(IMF)과 미주개발은행(IDB)과 함께 중남미 국가에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