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융시장 대전망] 코로나 재확산·미중 충돌···연말 환율 1300원대 간다

2020-07-01 05:00
强달러 분위기 계속···확보 움직임 커져
원화, 위안화와 동조화 강해 상승 압박

2분기에 하향 안정화를 나타낸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200원 중반대로 다시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00원 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2차 대유행'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소강상태였던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다시 격화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연말 환율이 1200원 중반대로 상승할 경우 연초 대비 100원 가까이 오르게 된다. 원화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그래픽=아주경제]

잇단 악재에 원화가치 하락 불가피..."1300원 돌파" 전망도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4.4원 오른 120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0.1원 내린 1198.5원에 출발했으나 상승 반전한 후 1200원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장 초반에는 하락세를 보였으나,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격화 조짐에 소폭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난 3월 글로벌 증시 대폭락 영향으로 1300원 부근까지 급등한 원·달러 환율은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및 주요국의 전례없는 대규모 '돈 풀기' 정책으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2분기 들어 1200원 초반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했으며 하향 안정화하는 추세다. 환율이 박스권에서 등락한다는 것은 금융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낮아졌다는 의미이며, 환율 하락세는 원화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하반기 외환시장은 어둡다. 하단 전망치는 제각각이나, 잇단 '악재'가 이어질 경우 상단은 1200원 중반대까지 오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본시장연구원과 삼성선물은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24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이 127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 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V자'보다 'U자'로 반등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며 "글로벌 달러 강세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 환율은 1200원대에서 등락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환율의 예상 평균치로 민 연구원은 1230원을 제시했다.

1280원 선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대형 시중은행의 트레이딩부 팀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은 상승압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상승 속도는 빠르고 하락 속도는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나타난다면 환율은 1280원대로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NH투자증권은 하반기 원·달러 환율 밴드 상단으로 1320원을 제시했다. 연말 기준으로는 1280원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 유동성 부족 우려는 크게 완화됐지만, 문제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이라며 "미·중 갈등과 연동된 위안화 흐름을 고려하면 원화 약세(환율 상승) 압력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갈등 최대 악재...위안화 연동해 약세
전문가들은 하반기 외환시장의 최대 악재로 미·중 갈등 격화 가능성을 꼽았다. 갈등이 악화할 경우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위안화와 동조화 경향이 강한 원화 역시 큰 변동성을 나타내며 가치가 급락(환율 급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破七)'를 기록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른 것도 미·중 무역갈등이 악화한 탓이었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전격 박탈하고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강행 처리함에 따라, 앞으로 위안화와 원화는 약세 압력을 더 크게 받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위안화 상승 저항선을 7.2위안으로 보고 있지만, 돌파를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난 지난 5월 말 위안화는 7.2위안에 근접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보안법 법제화를 앞두고 미국과 갈등이 고조됐다.

중앙은행이 기준환율을 고시하는 중국이 위안화 절하가 불가피한 점도 우리나라로선 악영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대규모 부양책을 위해 위안화 절하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미 수출을 늘려 내수에 긍정적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이는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미국과 갈등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권 연구원은 "미국은 코로나19 책임론, 홍콩보안법 등을 이유로 중국에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 제재를 비롯해 미·중 간 마찰 가능성은 심화할 가능성이 높고, 위안화는 지난해보다 절하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