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부른 '골프 신드롬'…회원권 가격도 고공행진

2020-07-01 00:00
3부 부킹도 겨우·비싸지는 그린피
14만원까지 치솟은 캐디피
최대 56.6% 오른 골프 회원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국 골프의 판세가 달라졌다. 감염증이 골프에 대한 열망을 불태웠다. 일명 '골프 신드롬'. 야외 스포츠는 감염 위험이 적다는 것이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그 생각이 하나둘 모여 골프 붐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국내에서 골프를 즐기는 골퍼들은 자연스럽게 삼중고를 겪게 됐다. 첫째는 수요가 많아지자 부킹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점. 수도권을 포함한 주요 거점 도시에 있는 골프장은 주중에도 1·2부 티를 구하기 어렵고, 3부(야간)까지 운영하는 일부 골프장도 가장 마지막 티만을 부킹할 수 있는 실정이다.

둘째는 비싸진 골프 요금이다. 내장객이 끊이지 않자, 호황을 누리는 골프장들은 슬그머니 그린피를 2만~3만원 올렸다. 부가 비용도 슬쩍 인상했다. 강원 춘천시에 위치한 한 골프장의 고급 코스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7월 1일자로 캐디피를 올린다고 했다. 이유는 "주변 골프장 캐디피 인상에 따른 조치"라고 했다. 13만원에서 14만원으로 올랐다. 여기에 카트비를 더한다면 골프를 치기 위한 비용은 점점 올라가는 것. 부킹도 어렵고 비싸지자 골퍼들의 입에서는 한숨만 늘어간다.

회원권도 덩달아 올랐다. 공급은 없는데 수요는 많다. 새해(2020년 1월 1일)와 최근(2020년 6월 26일) 가격 차이는 어떨까. 이현균 에이스회원권 애널리스트의 자료에 따르면 회원권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레이크사이드 컨트리클럽의 경우 4억1500만원이었던 회원권이 56.6%(2억3500만원) 오른 6억5000만원을 호가했다. 금강 컨트리클럽의 경우 4800만원이었던 회원권이 50%(2400만원) 오른 7200만원이 됐다. 여주 입회 회원권의 경우 2500만원이었던 것이 44%(1100만원) 올라 3600만원을 넘어섰다.

이외에도 30곳이나 되는 골프장이 최소 20%의 상승률을 보였다. 1억8000만원 이상 오른 곳도 두 곳이나 됐다. 비전힐스(42500)는 4억7000만원에서 6억5000만원으로, 남촌50000은 6억원에서 7억8000만원으로 상한가(30% 이상)를 쳤다. 에이스회원권에서 제시하는 회원권 종합지수인 에이스피(ACEPI)가 800선을 넘었다. 2013년 3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이에 대해 이현균 애널리스트는 "저금리 여파로 유동자금이 투자처를 찾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은 규제와 불안정성으로 골프 회원권이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수혜를 입고 있는 현 상황 이후가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당분간은 회원권이 상승할 것 같다"고 했다.

회원권은 매주 오르고 있다. 박천주 동아회원권 애널리스트의 7월 1주 차 골프 회원권 시세 동향에는 '매물 실종'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매물이 나와도 금세 사라지는 상황.

동아회원권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전국에서 거래되고 있는 100개 주요 회원권의 평균 가격이 지난주 1억3911만원에서 1억4051만원으로 140만원(1.01%) 올랐다. 중부가 남부에 비해 상승폭이 컸다. 중부 평균은 1억5047만원에서 189만원(1.26%) 오른 1억5236만원, 남부는 1억1004만원에서 14만원(0.13%) 오른 1억1018만원이다.

초고가대 골프장일수록 상승폭이 높다. 지난주 평균 4억9573만원에서 863만원(1.74%) 오른 5억436만원이 됐다. 고가대는 평균 1억5547만원에서 158만원(1.02%) 오른 1억5705만원, 중가대는 평균 1억1844만원에서 56만원(0.47%) 오른 1억1900만원, 저가대는 4638만원에서 23만원(0.50%) 오른 4661만원이 됐다.

박천주 애널리스트는 "골프 회원권 시장은 초고가대 종목의 매물 실종으로 매수 주문이 누적돼 있고, 지역별 인기 종목들의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매도 호가가 올라가 차이가 벌어진 종목들은 눈치싸움이 치열한 상황이다. 여름 무더위가 시작되며 지난주보다 상승폭은 소폭 줄어들었지만, 당분간 강보합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골프는 귀족 스포츠에서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스크린 골프가 세상에 나왔고, 정부는 대중 골프장에 세금 혜택을 주면서 골프 대중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 골프는 '골프 신드롬'으로 다시금 어렵고, 비싼 스포츠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천주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로 골프가 국내에 집중된 상황이다. 그린피 인상은 기본이고 카트비, 캐디피를 올려도 갈 곳이 국내 골프장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상승폭이 크다. 분위기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더디더라도 지속해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균 애널리스트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실 수요자(부킹)가 20% 늘었다. 부킹이 어려운 부분과 그린피 인상에 대한 반발은 있을 수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한 특수한 상황"이라며 "지역권에서는 그린피가 저렴한 골프장도 있다. 수요가 많다 보니 좋은 시간 부킹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3부 등 선호하지 않는 시간대는 모객을 위해 할인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상황이라고 본다. 골프장은 코로나19 확산이 멈춰도 올린 금액 그대로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경기 침체로 인해 골퍼들의 주머니가 얇아지고 해외로 나가는 골퍼들이 많아진다면 다시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