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0주년] 출구없는 남북 위기, 멀어지는 이산가족 상봉…신청자 38.5%만 생존

2020-06-25 13:21
5월 말 기준 상봉 신청자 13만3386명…생존자 5만여명 불과
생존자 중 70세이상 고령자 전체 85%…"남은 시간 얼마 없다"
남북 관계 악화…정부 주도 대면상봉 지난해부터 1건도 없어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갈라놓은 ‘6·25 전쟁’이 25일 7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이산가족들의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산가족 고령화로 ‘대면 상봉’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 속에서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부터 교착국면에 빠진 남북 관계가 교착국면이 최근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더욱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이산가족 상봉 전체 신청자는 13만3386명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생존자는 5만1367명인 38.5%에 불과하다. 나머지 8만2019명(61.5%)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올해 사망한 신청자는 1379명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생존자의 85%가량이 70세 이상의 고령자라는 점이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생존자 중 70~79세는 1만541명(20.5%), 80~89세는 2만337명(39.6%), 90세 이상은 1만3265명(25.8%)에 달한다.
 

2019년 9월 11일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에서 열린 이산가족의 날 행사에서 한 실향민이 가곡 그리운 금강산과 고향의 봄을 들으며 눈물을 닦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도 ‘이산가족 고령화’ 문제를 인식하며 앞서 독자적 남북협력 구상인 ‘대북 개별관광’을 언급하며 이산가족과 실향민이 우선이라는 기조를 내세웠고, 지금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통일부 측은 “이산가족이 다들 고령화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어떻게든 가족들을 서로 만나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과제라고 보고, 다양한 실천적인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하노이 노딜 이후 얼어붙은 남북 관계자 전혀 풀리지 않으면서 정부의 구상은 시도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6·25 전쟁’ 70주년 등 남북 간 굵직한 기념일이 있는 6월 이산가족 비대면 상봉도 준비했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국내 화상 상봉장 개보수를 끝내고, 모니터·캠코더 등 대북 반출 장비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도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를 시작으로 남북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화상 상봉에 대한 기대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회의 예비회의에서 인민군 총참모부의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으로 극으로 치달았던 남북 간 긴장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으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또 김 위원장이 이번 결정이 남북 대화 재개로 해석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정부 차원의 대북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2018년 170건(833명) 이후 올해 5월 말까지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민간 차원에서의 상봉도 지난해 단 1건(1명)만 성사됐다.

제3국을 통해 진행되는 개인 차원의 생사확인도 지난 2000년 450건에 달했던 것에 비해 지난해에는 2건에 불과했고, 올해는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2000년 984건이나 이뤄졌던 서신교환도 지난해 16건, 올해는 3건만 진행됐다.

한편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사퇴로 장관 직무 대행을 맡은 서호 통일부 차관은 ‘6·25 전쟁’ 70주년을 맞이해 26일 오후 참전유공자 자택과 남양주 요양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다만 이산가족 방문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