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형의 불온한 정치] 6·25 전쟁 70주년, 칼날 위에 선 한반도…"文,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라"
2020-06-23 17:36
6·25 전쟁 '70주년'과 6·15 공동선언 '20주년' 맞은 올해…외교 트리플 위기
김여정 앞세운 北 '대남전단' 살포 초읽기…文정부 '대북 유화책' 사망 선고
北 눈치 보는 사이 대미 지렛대 약화만 초래…볼턴 회고록 '韓 외교' 망신살
대미파·대북파 없는 외교라인…한동안 근거 없는 낙관론에 사로잡힌 黨·靑
북·중·미에 휘둘리지 않는 외교 필요…다변화 통해 구체제 외교와 결별해야
김여정 앞세운 北 '대남전단' 살포 초읽기…文정부 '대북 유화책' 사망 선고
北 눈치 보는 사이 대미 지렛대 약화만 초래…볼턴 회고록 '韓 외교' 망신살
대미파·대북파 없는 외교라인…한동안 근거 없는 낙관론에 사로잡힌 黨·靑
북·중·미에 휘둘리지 않는 외교 필요…다변화 통해 구체제 외교와 결별해야
1950년 6월 25일 오전 4시. 고요한 새벽을 깨운 북한군의 기습 남침. 뒤늦게 요란하게 울린 비상 사이렌 경보. 한반도 비극을 알린 '분단 이데올로기'의 시발점이다. 6·25 전쟁은 작은 폭력조차 거부했던 우리에게 '일상의 전쟁'과 '폭력의 생활화'를 안긴 원흉이다. 반공 이데올리기와 국가보안법, 남북 분단이란 특수성 등은 어느새 반세기 넘게 한국 사회를 지배한 '괴물'로 전락했다.
그로부터 70년이 흐른 2020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그사이 인간 문명의 진화를 촉발한 산업혁명은 제3차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 혁명을 뒤로하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Big Data)·클라우드(Cloud) 등이 우리의 삶 구석구석을 파고들었지만, 남북 분단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점으로 맞았던 '한반도의 봄'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일촉즉발로 치달았다. 특히 대남 전단 살포 카드를 손에 쥔 북한은 '불가역적 핵 보유'와 '신(新) 자력갱생'을 사실상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도발의 시간'으로 급변한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주요 2개국(G2)인 미·중의 지정학적 갈등의 버튼을 강하게 눌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반도를 둘러싼 대(對) 미·중·일·러 중 온전한 관계는 단 한 곳도 없는 셈이다. 6·25 전쟁 70주년을 이틀 앞둔 23일 한반도의 현주소다.
◆무력도발 수순 밟는 北…"김정은 도발 시간 도래"
"문재인 대통령밖에 없다." '정치 9단'인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전 민생당 의원)의 말이다. 박 교수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본지와 한 대담에서 파국으로 치닫는 남북 관계를 언급, "이 위기를 극복할 분은 문 대통령뿐"이라고 밝혔다.
실제 문 대통령은 남북 위기가 도래하자, '경제협력 카드'로 한반도 운전자론을 다시 띄웠다. 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축사에서도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김대중(DJ) 정부 때 시작한 금강산 관광도 미국에 허락을 받으려 했으면 시작도 못 했을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외교정책인 '한반도 신경제론'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는 몽상에 불과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남 사업의 대적화를 선언한 지 사흘 만인 지난 16일 오후 2시 49분,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가 같은 날 오전 '남북 합의 비무장지역의 요새화'에 군불을 지피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지역,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의 군 투입을 시사한 지 반나절 만이다.
비슷한 시각,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4차 남북 정상회담 제안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가 4차 정상회담 개최의 의지를 밝힐 때 북한은 속전속결로 대남 압박을 위한 무력행동에 나선 셈이다. 정부가 갈라파고스 외교에 갇힌 사이, 한반도를 기다리는 것은 북한의 무차별적인 대남 전단 살포다.
◆김여정에 볼턴에 체면 구긴 文정부
문제는 그다음이다. 북한은 '김여정 대남 총괄책 사실상 공식화→김여정 담화→군의 실제 행동' 등의 플랜을 선보였다.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지만, 북한이 사실상 내부적으로 군사합의의 파기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개성 연락사무소는 4·27 남북 판문점선언의 상징이 아닌가. 상징성은 9·19 남북 군사합의보다 개성 연락사무소가 더 크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동안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졌다. 외교의 낙관론은 문재인 정부 출범 내내 계속된 딜레마였다. 정부가 대북 제재 해제까지 언급한 사이 '대북특사'도 '4차 남북 정상회담' 카드도 물 건너갔다.
이 두 축은 남북 관계의 선순환을 견인할 문 대통령의 양대 카드였다. 청와대가, 통일부가, 국방부가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지면서 문 대통령의 카드가 무력화됐다는 얘기다. 9·19 남북 군사합의 좌초를 넘어 문재인 정부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 4·27 판문점선언도 헌신짝이 됐다.
그사이 '미국 리스크'까지 발발했다. 대북 매파였던 존 볼턴 미국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그것이 일어난 방'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발간, 북·미 핵 담판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폄훼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미 핵 담판과 관련, "북한이나 미국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관련돼 있었다"고 평가 절하했다. 2년 전 남·북·미 3자 회담은 문 대통령의 '사진 찍기용'이라고 조롱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가 '대북 해바라기'로 전락한 사이, 한·미 동맹은 한층 약화됐다. 남·북·미 선순환 지렛대의 레버리지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대미파도 없지만, 대북 전문가도 없다. 정부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교체되지 않았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통상 교섭을 담당한 외교관 출신이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군 출신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통상 전문가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돌연 사의했다.
한국 정전 70주년과 6·15 남북 공동선언 20주년인 올해, 한국 외교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반도의 봄은커녕 당장 군 태세 강화가 우리의 최대 지상과제가 된 셈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금지선)'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한반도 상공에 나타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외교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신남방·북방+플러스알파(+α)'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북한에도 미·중에도 눈치 보지 않고 한반도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자주 외교'가 절실하다. 6·25 70주년과 6·15 남북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올해가 한국 외교의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가동할 적기다.
그로부터 70년이 흐른 2020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그사이 인간 문명의 진화를 촉발한 산업혁명은 제3차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 혁명을 뒤로하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Big Data)·클라우드(Cloud) 등이 우리의 삶 구석구석을 파고들었지만, 남북 분단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점으로 맞았던 '한반도의 봄'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일촉즉발로 치달았다. 특히 대남 전단 살포 카드를 손에 쥔 북한은 '불가역적 핵 보유'와 '신(新) 자력갱생'을 사실상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도발의 시간'으로 급변한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주요 2개국(G2)인 미·중의 지정학적 갈등의 버튼을 강하게 눌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반도를 둘러싼 대(對) 미·중·일·러 중 온전한 관계는 단 한 곳도 없는 셈이다. 6·25 전쟁 70주년을 이틀 앞둔 23일 한반도의 현주소다.
◆무력도발 수순 밟는 北…"김정은 도발 시간 도래"
"문재인 대통령밖에 없다." '정치 9단'인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전 민생당 의원)의 말이다. 박 교수는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본지와 한 대담에서 파국으로 치닫는 남북 관계를 언급, "이 위기를 극복할 분은 문 대통령뿐"이라고 밝혔다.
실제 문 대통령은 남북 위기가 도래하자, '경제협력 카드'로 한반도 운전자론을 다시 띄웠다. 문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축사에서도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김대중(DJ) 정부 때 시작한 금강산 관광도 미국에 허락을 받으려 했으면 시작도 못 했을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외교정책인 '한반도 신경제론'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는 몽상에 불과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남 사업의 대적화를 선언한 지 사흘 만인 지난 16일 오후 2시 49분,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가 같은 날 오전 '남북 합의 비무장지역의 요새화'에 군불을 지피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지역,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의 군 투입을 시사한 지 반나절 만이다.
비슷한 시각,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4차 남북 정상회담 제안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가 4차 정상회담 개최의 의지를 밝힐 때 북한은 속전속결로 대남 압박을 위한 무력행동에 나선 셈이다. 정부가 갈라파고스 외교에 갇힌 사이, 한반도를 기다리는 것은 북한의 무차별적인 대남 전단 살포다.
◆김여정에 볼턴에 체면 구긴 文정부
문제는 그다음이다. 북한은 '김여정 대남 총괄책 사실상 공식화→김여정 담화→군의 실제 행동' 등의 플랜을 선보였다.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지만, 북한이 사실상 내부적으로 군사합의의 파기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개성 연락사무소는 4·27 남북 판문점선언의 상징이 아닌가. 상징성은 9·19 남북 군사합의보다 개성 연락사무소가 더 크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동안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졌다. 외교의 낙관론은 문재인 정부 출범 내내 계속된 딜레마였다. 정부가 대북 제재 해제까지 언급한 사이 '대북특사'도 '4차 남북 정상회담' 카드도 물 건너갔다.
이 두 축은 남북 관계의 선순환을 견인할 문 대통령의 양대 카드였다. 청와대가, 통일부가, 국방부가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지면서 문 대통령의 카드가 무력화됐다는 얘기다. 9·19 남북 군사합의 좌초를 넘어 문재인 정부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 4·27 판문점선언도 헌신짝이 됐다.
그사이 '미국 리스크'까지 발발했다. 대북 매파였던 존 볼턴 미국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그것이 일어난 방'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발간, 북·미 핵 담판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폄훼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미 핵 담판과 관련, "북한이나 미국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에 더 많이 관련돼 있었다"고 평가 절하했다. 2년 전 남·북·미 3자 회담은 문 대통령의 '사진 찍기용'이라고 조롱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가 '대북 해바라기'로 전락한 사이, 한·미 동맹은 한층 약화됐다. 남·북·미 선순환 지렛대의 레버리지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대미파도 없지만, 대북 전문가도 없다. 정부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교체되지 않았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통상 교섭을 담당한 외교관 출신이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군 출신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통상 전문가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돌연 사의했다.
한국 정전 70주년과 6·15 남북 공동선언 20주년인 올해, 한국 외교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반도의 봄은커녕 당장 군 태세 강화가 우리의 최대 지상과제가 된 셈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금지선)'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한반도 상공에 나타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외교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신남방·북방+플러스알파(+α)'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북한에도 미·중에도 눈치 보지 않고 한반도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자주 외교'가 절실하다. 6·25 70주년과 6·15 남북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올해가 한국 외교의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가동할 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