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진격의 金남매] ①여동생 뒤에 있던 김정은 등장…'대남 군사행동' 보류 결정

2020-06-24 06:47
김정은, '김여정 주도' 대적사업 언급 無
김여정 후계수업·대화재개 기대 분석 등장
김정은 23일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 주재
총참모부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결정

6·25 전쟁 70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은 대규모 대남삐라(전단) 살포 투쟁을 예고하고,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대남확성기를 동시다발적으로 재설치했다.

이는 사실상 북한이 ‘4·27 판문점선언’ 파기를 선언한 것으로 판문점선언으로 유지됐던 접경지역 내 평화가 깨지고, 남·북 간 우발적 군사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2년 만에 다시 찾아온 남·북 위기의 특징은 모든 것을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김 제1부부장의 행보는 모두 김 위원장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북한의 대적(對敵) 행동도 김 위원장의 구상이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특사로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했던 여동생에게 ‘악역’ 역할을 던져주고 한발 뒤로 물러난 이유는 무엇일까.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여동생에 ‘악역’ 넘겨준 김정은의 속내는···대화재개 기대?

전문가들은 김 제1부부장이 대적사업 전면에 나선 것을 두고 ‘후계자 수업의 일환’이고, 김 위원장이 향후 대화 국면을 고려해 ‘악역’ 역할을 여동생에게 넘겨줬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김여정이 후계 수업을 받는 것 같다”며 “북한의 후계자 수업은 (후계자로 지목받은 사람이) 인민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지난 18일 제66차 통일전략포럼에서 북한의 대적활동 전개를 김 제1부부장의 위상 강화와 연결지었다.

양 교수는 “김여정은 지난 3월 이후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왔고, 이번 (대북전단) 사건을 계기로 정치적 위상을 더욱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일한 동국대 교수는 지난 16일 강원도 양양에서 진행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제26차 남북관계 전문가 토론회에서 “북한의 긴장 조성이 김여정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마지막 한 번의 기회가 남아있다는 낙관론을 제시해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진행된 토론회에서 “(남북관계가) 굉장히 위중한 상태로 가고 있는 듯하다”면서도 낙관론을 내놨다.

김 위원장이 직접 대적사업을 언급하지 않는 것을 두고 그가 다음에 있을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둔 행보라고 해석한 것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자립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중앙군사위 예비회의 주재···“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

이런 관점에서 김 위원장이 공개 행보에 나서면 대적행동에 직접 관여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했다.

정치국 회의 이후 모습을 감춘 김 위원장의 다음 공개 행보가 당 중앙군사위원회 회의 참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23일 당 중앙군사위 예비회의를 주재하고, 인민군 총참모부의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24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화상회의로 진행된 당 중앙군사위 제7기 제5차회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당 정치국 회의 주재 이후 공개 행보에 나서지 않았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예비회의에서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중앙군사위 제7기 제5차 회의에서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를 결정했다.

이번 예비회의에는 리병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중앙군사위 일부 위원들이 참가했다.

통신은 “예비회의에서는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제7기 제5차 회의에 상정시킬 주요 군사 정책 토의안들을 심의했다”며 “본회의에 제출할 보고, 결정서들과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반영한 여러 문건을 연구했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대적사업의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수립해 이른 시일 내에 당 중앙군사위의 비준에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지구의 군대 재배치, DMZ 철거 GP 재진출 및 전개 등을 언급한 바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잠행이 길어지자 그를 둘러싼 건강이상설이 또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22일에는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CNN 긴급타전, 김정은 뇌출혈 의식불명 10일째’라는 지라시가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누군가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배포한 것 같다”며 “지난 7일 정치국 회의에 참석한 김정은의 움직임에서 다리를 전다거나 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건강이상설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