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부산항 집단감염... '러 선원 21명 중 16명 확진' 접촉자 160여명 격리

2020-06-23 03:18
방역당국, 러 현지 하선한 전 선장 확진...감염원 추정
항운노조원 160여명 격리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2일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인 A호. [사진=독자(연합뉴스) 제공]


22일 국립부산검역소와 부산항운노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부산 감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인 A호 승선원 21명 중 16명이 코로나19 양성 결과를 보였다.

부산검역소 관계자는 "16명을 제외한 5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의심스러워 추가적인 검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호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출항해 이달 19일 오전 10시 부산항에 입항해 이틀 뒤인 21일 오전 8시 감천항에 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역소 측은 1주일 전쯤 발열 증세로 러시아 현지서 하선한 A호 전 선장이 러시아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선박 대리점 신고를 받고 선박에 승선해 선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검역소 등 방역 당국은 A호 전 선장이 선박 내 집단감염의 감염원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러 선원들 모두 현재 선내 격리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이 중 확진 판정을 받은 선원들은 부산의료원 등지로 이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역 작업 등을 위해 A호에 올랐던 부산항운노조원 34명을 비롯해 160여명 항운노조원, 선박수리업체 소속 수리공 2명, 도선사 1명, 검수사 2명, 하역업체 관계자 3명, 수산물품질관리원 소속 공무원 4명 등이 접촉자로 분류돼 항운노조 감천지부 노조원 대기실 등지에 긴급히 격리됐다.

항운노조원들은 A호는 물론 A호 옆에 정박한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인 B호(3천970t) 하역 작업 등을 맡았는데 선박수리업체 소속 수리공 2명이 A호와 B호를 오가며 작업한 것으로 파악돼 두 선박 작업에 투입된 항운노조원 모두 격리됐다.

현재 파악된 격리 항운노조원은 A호에 승선한 34명 외 육상 작업 인력 27명, B호 투입 노조원 63명 등 124명이며, 이들이 일시 격리된 대기실 등을 오가면서 접촉한 다른 선박 작업 노조원 등 30여명도 함께 격리됐다.

검역소 등에 따르면 A호 러시아 선원과 직접 접촉한 항운노조원 승선 작업 인력과 수리공, 도선사, 검수사, 하역업체 관계자, 공무원 등 55명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으며, 이들에 대해선 코로나19 우선 검사를 할 예정이다.

나머지 항운노조원은 24일 주거지 보건소에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항운노조 관계자는 "두 선박에 승선해 작업한 노조원들이 선박 내 냉동고 온도가 영하 25도에 달하는 등 작업 여건상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못했고, 육상 조합원 역시 무더운 날씨 때문에 작업 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했다"며 부산시 등 방역당국에 신속한 검사 등을 요청했다.

러시아 선원 확진 이후 부산검역소, 부산시, 부산해수청, BPA, 부산항운노조 등 관련 기관은 부산항만공사(BPA)에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우선 두 선박을 오가며 작업한 수리공들에 대한 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항만노조원들에 대한 추가적인 검사 및 항만운영 방침을 논의하기로 했다.

부산항운노조 집행부도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노조원 확진 및 항만 가동 중단 시 대비한 대책을 강구 중이다.

부산항운노조 감천지부 노조원은 모두 407명이다.

이 중 상당수가 격리돼 있고, 추가 확진 가능성도 있어 항만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

항운노조 관계자는 "감천항 러시아 선원들이 대거 양성판정을 받고, 파악되지 않은 접촉자가 다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각 지부에 조합원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방역지침을 철저히 점검할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