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셰일혁명, 체서피크 너마저도"...18일 파산 보호 신청할듯

2020-06-17 17:18
마이너스 유가에 자금난 못 버텨...이르면 18일 법원 신청
채권단과 총부채 90억 달러 중 20억 달러 상환 놓고 협상

미국 뉴멕시코주에 소재한 원유 시추기 모습. [사진=A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은 체서피크가 이르면 오는 18일 미국 연방 파산법 11장(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챕터 11은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파산법원의 감독 아래 경영권을 유지한 채 구조조정을 병행하면서 회생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앞서 체서피크는 지난 15일이 만기였던 부채 이자금 1000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 달 1일인 또 다른 부채의 이자 상환 만기일이 다가오자 결국 자금 압박을 버티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체서피크와 최대 채권자인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 리소스 등을 비롯한 채권단은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 전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며, 합의가 지연할 경우 다음 주 초까지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회사의 전체 부채 규모는 90억 달러(약 11조원)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체서피크가 파산보호를 신청할 경우 금융시장에 자금 조달을 요청할 수 있는 기업회생 대출(DIP) 최대 규모는 2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체서피크는 파산 보호 기간 20억 달러가량의 채무를 갚고 구조조정을 통해 파산 위기에서 벗어날 경우 채권단은 회사를 인수하는 대신 70억 달러 이상의 채무 의무를 해소해주는 방안을 협상 중이다.

매체에 따르면, 체서피크는 채무 상환 계획으로 작은 금액의 부채부터 단계적으로 상환하는 '롤 업'(roll up) 방안을 제시했으며, 우선 9억 달러(약 1조900억원)를 DIP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체서피크는 이외에도 기존 채무를 주식으로 출자 전환하는 방안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3일 파산보호신청을 한 미국 대형 렌터카업체 허츠도 최근 주가가 상승하자 DIP 조달 대신 추가 주식을 발행해 채무를 이행하기로 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州)에 본사를 둔 체서피크는 미국 셰일 혁명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체서피크는 셰일로부터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기술인 프래킹 공법(셰일 암석을 수압으로 깨트려 천연가스와 석유를 함유한 셰일 오일을 추출)을 선도하며 업계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했다.

프래킹 공법의 성공은 2000년대 미국 원유업계에 셰일혁명을 이끌어 작년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성장했다. 체서피크 역시 지난 2005년 대형 에너지 기업 엑손 모빌을 잇는 미국 2위 천연가스 생산업체로 올라섰다.

10여년 동안 승승장구하던 셰일업계는 전통 산유 방식에 비해 생산단가가 높다는 단점에 최근 발목이 잡힌 상태다. 미국 셰일업계의 손익분기점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기준 배럴당 35달러로, 신규 유전 시추 비용 등 전체 생산·운영 과정을 고려하면 WTI 가격이 50달러는 돼야 원가를 겨우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산유국들의 점유율 확대 경쟁으로 과잉공급 상태였던 세계 원유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급격히 쪼그라들자 지난 4월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맞았다. 

이에 따라 체서피크는 올 1분기 약 83억 달러(약 10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순손실 규모인 2100만 달러에서 급증했다. 체서피크 석유·천연가스 자산의 평가손실액은 약 85억 달러에 달한 반면, 1분기 말 보유 현금이 8200만 달러에 불과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