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호주·인도, 아시아에서 부상하는 반중 연합전선

2020-06-18 08:00
일본, 홍콩보안법에 美목소리 대변..잇따른 친미 행보
호주, 중국 경제보복에도 "협박에 굴복 못해"
'국경분쟁' 인도서 반중감정 고조...중국 불매운동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아시아 내 반중(反中) 연합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아시아 우방으로 꼽히는 일본뿐만 아니라 호주, 인도 등이 중국이 아닌 미국의 편에 서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나서면서다. 이들은 미국이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고안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미국과 함께 4대 축을 형성하는 '쿼드 협력국'이기도 하다.

미국은 최근 주요 7개국(G7) 체제를 G11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우방과의 네트워크를 다시 정비하고 있다. 무역전쟁에 이어 코로나19로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반중연대가 역내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 홍콩보안법에 美목소리 대변..잇따른 친미 행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 내 미국의 최대 우방인 일본은 친미 행보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를 건드리고 나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G7의 홍콩 관련 성명을 일본이 주도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중국은 발끈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미 일본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홍콩보안법 제정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일본의 관계는 지난 수년 동안 해빙기를 맞았다. 올해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을 국빈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는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 주석의 방일이 연기된 뒤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에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미·중 대립이 고조되자 일본은 아시아에서 잇따라 미국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25일 "코로나19가 중국에서 확산한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 책임론을 거들었고, 일본 정부는 대만의 WHO(세계보건기구) 총회 옵서버 참가에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마에시마 가즈히로 조치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미·중 갈등에 낀 일본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일본에게 중국은 경제적 파트너이지만 안보적 관점에서 본다면 미국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면서 일본의 뿌리 깊은 대중·대미 인식을 설명했다.

◆호주, 중국 경제보복에도 "협박에 굴복 못해"

호주와 중국의 관계는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4월 코로나19 발원지로 중국을 지목하며 국제 조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미국에 적극 찬성한 게 발단이 됐다. 코로나19 책임론에 예민하던 중국은 즉각 응징에 들어갔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호주 경제가 집중 표적이 됐다.

중국은 호주 일부 육가공업체로부터 소고기 수입을 중단하기로 했고, 덤핑 혐의로 호주산 보리에는 최대 80%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문화여유부와 교육부가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이유로 호주 여행과 유학을 자제하라는 권고도 내렸다. 사드 사태에서 한국이 경험했듯 정치·외교적 사안에 대한 불만을 경제적으로 보복하는 중국식 괴롭힘(China Bullying)이 시작된 셈이다.

중국은 호주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핵심 교역국이다. 특히 호주 교육업은 매년 260억 달러(약 31조6000억원)를 벌어들이는 호주 4대 수출산업이다. 중국이 호주를 본보기로 미국 동맹에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무차별 폭격에도 호주는 중국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11일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공개무역 국가다. 그렇지만 우리는 어떤 대가가 오더라도 협박과 우리의 가치를 맞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모리슨 총리는 중국이 호주로의 관광과 유학을 사실상 금지하면서 호주의 인종차별을 지적한 점을 두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호주 언론에서도 반중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최근 사설을 통해 "호주는 중국의 괴롭힘 전략에 당당히 맞설 권리가 있다"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수출 시장 다변화를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에서는 2018년 12월 샘 데스티에리 노동당 의원이 기부금을 받고 중국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했다는 의혹으로 사퇴를 하면서 반중 여론이 거세졌다. 이후 호주 정부는 정당이나 로비단체에 대한 외국 기부금이 일정 금액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했으며, 화웨이 보이콧을 선언하고 핵심 인프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등 중국에 대한 경계령을 강화해왔다.

◆'국경분쟁' 인도서 반중감정 고조...중국 불매운동도
 

[사진=AP·연합뉴스]


인도에서는 지난달 중국과 맞닿은 라다크 지역에서 국경 분쟁이 발생한 뒤 반중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국경 분쟁을 계기로 중국산 제품의 불매운동도 시작됐다. 전인도무역협회(CAIT)는 지난 10일부터 중국 제품 보이콧 캠페인 '인도 상품-우리의 자존심'을 시작하면서 인도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중국산 제품 3000개 목록을 제시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중국산 제품 보이콧 영상과 메시지를 올리는 게 유행이 됐다. 스마트 기기 내 중국산 앱을 골라서 삭제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할 정도다.

양국은 분쟁 지역에서 평화 해결을 추구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확인했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16일에는 분쟁 지역에서 양국의 군사충돌이 벌어지면서 45년만에 사망자가 발생했다. 인도 군인 2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고 중국 사상자도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외교 매체 포린폴리시는 최근 인도와 중국의 갈등이 국경 분쟁으로 두드러지긴 했으나 미·중 간 신냉전 구도와 맞물려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추진하면서 파키스탄, 네팔 등 인도 앞마당까지 진출하고 남중국해와 인도양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위기감을 느낀 인도가 미국과 방위·안보 관계를 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G7 확대 구상에 "창의적이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접근"이라며 극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