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한 황제와 여제의 격돌…조훈현, 최정에 불계패
2020-06-14 10:38
'황제' 조훈현 9단이 복귀전을 통해 귀환을 알렸다. 대국 결과 '여제' 최정 9단에게 무릎을 꿇었다.
조훈현 9단은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복귀 기념 특별 대국 '화려한 귀환, 돌아온 황제 조훈현'에서 최정 9단을 상대로 177수 만에 백 불계패 했다.
조훈현 9단은 지난달 30일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바둑계로 복귀했다. 그는 9살의 나이로 입단해 국내 통산 최다 타이틀(160회) 및 세계 통산 최다승(1949승)을 보유한 한국 바둑의 전설이다. 국내 기전을 모두 석권하는 전관왕을 3차례(80년 9관왕, 82년 10관왕, 86년 11관왕) 달성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후지쓰배·응씨배·동양증권배 우승으로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등 한 시대를 풍미했다.
이날 맞붙은 최정 9단은 최연소(21세 3개월) 및 최단 기간(입단 후 7년 8개월)만에 입신(9단의 별칭)의 경지에 오른 여자 바둑랭킹 1위다. 여자 기사 중 최다 타이틀(17회)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궁륭산병성배·오청원배·천태산배·황룡사배 등 세계 여자 바둑 대회를 모두 석권했고, 국내 대회인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한국제지 여자기성전에서도 우승하는 등 명실상부 여자 바둑 최강자로 군림했다.
대국 이후 인터뷰에서 조훈현 9단은 "좌변 끊은 수(백118)가 선수인 줄 알았는데 실수였다. 그런대로 판을 짰는데 단순한 착각으로 바둑을 그르쳤다. 승부처에서 감이 흐려졌다"며 "최정 9단이 원래 강했지만 지금은 더 강해졌다. 상대적으로 나는 더 약해진 것 같다. 1∼2년 정도 쉬고 예전 감각을 찾아 다시 싸워보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이에 최정 9단은 "4년 동안 고생하고 돌아온 조훈현 사범님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며 "전설 앞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됐고 즐거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