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안 낳은 여자, 싹 다 군대 보내라" 오늘도 불타오르는 대나무숲
2020-06-11 09:41
“출산하지 않은 만 37세 이하 여성들은 군 복무를 의무화해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지난 9일 올라온 글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내용의 골자는 아이 없는 여성들이 군대에 가면 출산율이 높아지고 취업 시장도 나아질 것이란 주장이다.
글쓴이는 “남자는 38세부터 고령으로 군 면제가 된다. 여자도 마찬가지로 38세 이후에 고령으로 면제해주고 그 아래는 아기를 안 가졌다면 20대 초반 남자처럼 징병하자”고 말한다. 다만 신체 등급과 나이,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사회복무요원이나 상근으로 복무할 기회도 주자고 덧붙였다. 또 “병사 수요가 그리 크지 않은데 장애인복지관, 노인요양센터 등 사회복지시설은 언제나 인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아이 있는’ 여성들은 징병에서 제외하자고 한 이유에 대해선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할뿐더러, 여성 징병 과도기에 이 나라의 재생산에 기여한 여자들을 인정해주자는 취지”라며 “아이 안 낳았다고 군대에 끌려가는 건 전혀 억울한 일이 아니다. 남자의 90% 이상은 수십 년째 군대로 끌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인 한국의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과, 취업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직장에 다니는 여자들이 군대에 가면 휴직을 하니까 구인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미취업 여자는 군 복무를 해야 하니 구직자 수도 줄어든다”며 취업난이 가장 심각한 시기인 현 시대에 '여성 징병제'를 고려해보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현재 이 게시물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글쓴이의 주장이 일리 있어 동조한다는 입장과, 허무맹랑한 소리라는 부정적 의견들이 연일 댓글란을 채우고 있다. 특히 '반대론'을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출산과 국방의 의무를 함께 엮어서는 안 된다", “군 복무의 성평등 문제는 그것대로, 출산과 육아의 성평등 문제는 또 그것대로 해결해야 한다", "출산은 부부의 자유이자 여성의 선택인데 이를 국가적 의무와 결부시키긴 어렵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우리 나라는 군 복무와 성 평등에 대한 주제로 오랜 싸움을 이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명쾌한 해결책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한 쪽에 이점을 주면 한 쪽이 권리를 박탈당한다는 '제로 섬 게임' 논리가 여전히 짙게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군 복무가 남성에게 '차별' 또는 '불이익'으로 돌아와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출산이 군 복무와 저울질당하며 가벼운 일로 치부되어서도 안 된다. 군 복무자와 출산 여성은 물론 비(非) 출산 여성 또한 '사회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대과제에 속한 단위 개체이기 때문이다. 발전적인 논의와 해답을 찾는 과정은 이 '대과제' 아래 각자가 유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