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대남사업 적대화로 '파국 치닫는 한반도'…향후 관전 포인트는

2020-06-10 00:00
北, 남북 통신연락선 '완전 차단'
골든타임 놓치면 경색 심화할듯
개성공단 폐쇄·무력도발 예고도
김여정, 재차 높아진 위상 과시
"文대통령, '대북 특사' 보내야"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완전히 폐기한다고 밝힌 9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와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대남(對南) 사업 적대화를 택했다. 북한이 남한을 '적(敵)'으로 공식 규정한 것은 김대중(DJ) 정부 시절이던 2000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대적사업'이라는 용어를 쓴 것도 최초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과 7·4 남북공동성명, 8·15 광복절로 이어지는 향후 두 달간의 골든타임 동안 화해의 모멘텀을 살리지 못할 경우 남북 관계는 더욱 경색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남북이 '대결 구도'를 이뤘던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北, 남북 통신연락선 '완전 차단'

북한은 9일 청와대 핫라인과 군 당국 간 연락수단 등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히 차단·폐기했다.

대북업무 주무 부처인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간 정례 통화는 물론, 정오에 연결한 통화에도 불응했다.

최근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 남한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미리 경고한 상응 조치의 일환이다.

이 과정에서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높아진 위상이 드러났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앞서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에서도 한국 정부를 향해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을 경우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으로 응수하겠다며 경고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하루 뒤 담화를 내고 김 제1부부장이 연락사무소의 '완전한 폐쇄' 등 조치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간 최고 지도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만 '지시'라는 표현을 써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군사도발 가능성...文카드 '대북특사'

청와대와 통일부는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차단·폐기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남북 통신선은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이므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 한다"며 "정부는 남북합의를 준수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침묵하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지 않았지만,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가 진행된 만큼 이 자리에 참석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김연철 통일·정경두 국방부 장관 등 NSC 상임위원들이 관련해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다음 수순으로 예고한 개성공단 완전 폐쇄와 9·19 군사합의 파기를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미 대화가 장기간 교착되고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불만을 품은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다시 꺼내 들어 군사적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대북특사 파견을 서둘러 꼬인 남북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정부의 공개적인 대화 제의에는 '달타령', '가을뻐꾸기소리'라며 계속 거부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대화 조건을 담은 비공개 대북특사 등을 파견할 때"라고 조언했다.

다만 최종 골든타임인 11월 미국 대선까지는 북한의 도발에 반응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각수 전 주일한국대사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 상황의 본질은 북·미 핵 협상"이라며 "핵 문제에서 진전이 없으면 북한의 답답한 부분을 (남측이) 긁어줄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