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연내 코스피에 상장하면?···증권사가 예측한 엔터 판도
2020-06-05 08:00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연내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빅히트가 상장에 돌입하면 그간 엔터 주요 3사(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로 구성돼 있던 엔터 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빅히트의 상장이 몰고 올 폭풍에 대해 증권전문가들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증권가가 바라본 '빅히트 상장' 예측을 들여다보자.
◆ 빅히트 시가총액 '2조원 이상' 예상
거래소는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한 뒤 45영업일 안에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심사에 통과한 회사는 6개월 안에 상장해야 한다. 이에 따라 빅히트는 이르면 올 4분기쯤 주식시장에 입성할 전망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매출의 90%를 방탄소년단에 의지하고 있고 멤버들의 나이 역시 이제 어리다고는 볼 수 없다. 군 입대 문제도 존재한다. 특정 아티스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을 앞두고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됐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투자자들의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최근 2년 동안 사업다각화를 꾸준히 준비해왔다. 방탄소년단에 치우친 매출구조에 변화를 주기 위해 지난해 방탄소년단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를 데뷔시켰다.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기 직전인 올해 5월 25일에는 보이그룹 세븐틴과 뉴이스트 소속사인 플레디스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세븐틴은 음원시장에서 방탄소년단에 이은 2위권 보이그룹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플레디스를 인수하면 방탄소년단의 의존도를 90%에서 75%까지 떨어트릴 수 있을 것”이라며 “빅히트의 세븐틴 인수합병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경영진 역시 개편하고 있다. 걸그룹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민희진 SM엔터테인먼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최고브랜드책임자(CBO)로 영입했고 올해 3월에는 영실업과 ADT캡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P&G 출신의 전인천씨를 영입했다. 이어 박지원 전 넥슨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이러한 노력은 IPO를 앞두고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김현용 연구원은 “올해 4분기에는 빌리프랩 출신 보이그룹, 2021년에는 신인 걸그룹, 2022년에는 신인 보이그룹까지 론칭이 계획되어 있어 방탄소년단의 비중은 내년부터 60%대로 떨어질 전망”이라며 “기업가치 산정에서 동종업종은 아니지만 스튜디오드래곤과 비교되면서 PER 30~40배 수준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엔터주 침체 속에 '빅히트 상장은 호재'···글로벌 투자가들도 '들썩'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굳이 글로벌 시장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빅히트의 성장성 자체가 워낙 좋다"며 "국내 증시에 상장된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회사고,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준비도 잘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공연 일정이 중단되면서 일부 실적에 영향을 받겠지만, 광고나 음반 등 다른 분야에서 상쇄가 가능한 구조라 일각의 우려만큼 실적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엔터주가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상황에서 빅히트엔터 상장 이슈는 호재로 통한다. 증권가도 빅히트엔터 상장 시 국내 엔터 관련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엔터사와는 달리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로 상장하기 때문에 해외투자자들의 유입과 국내투자자들의 관심이 더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로 3조원을 제시했다. 국내 연예기획사 ‘3강’인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 총합보다 빅히트의 영업이익이 많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 합이 2조원 수준이기에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그보다 높게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3조9000억~5조2000억원으로 분석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2020년의 실적 불확실성은 높지만 정상화된다면 2021년 예상 매출은 최소 7500억원, 영업이익은 1500억원 이상”이라며 “자회사 플레디스를 포함해 2021년 영업이익은 1800억원 내외로 추정되고 주가배수모형(P/E 멀티플)에 따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는 3조9000억~5조2000조원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다소 다른 의견을 내놨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해외매출은 대부분 콘서트 매출인데 지난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해외매출 비중은 60%로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의 45%보다 높다”며 “2020년에는 실적악화 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하반기 상장 시 올해 상반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눈높이가 낮아질 것이고 다가오는 방탄소년단 군입대로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빅히트의 IPO 상장은 국내 엔터사들의 글로벌 성장 가시성을 높이고 K팝의 IP 활용 가치에 대한 재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긍정적 이벤트”라고 말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완화로 투어가 가능해진다면 빅히트의 상장과 BTS 낙수효과에 따른 K팝의 가파른 글로벌 팬덤 성장, 중국 광고 재개 등 한한령 완화 호재가 겹칠 내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 중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대해 비중을 미리 늘려놓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